강원 양양 낙산항 앞바다에서 맹진규 기자(오른쪽)가 횟대와 가자미를 잡아 올리고 있다. /김범준 기자
강원 양양 낙산항 앞바다에서 맹진규 기자(오른쪽)가 횟대와 가자미를 잡아 올리고 있다. /김범준 기자
낚싯대를 잡아보지도 못한 초보들 역시 짜릿한 ‘마릿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낚시터가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2시간여를 달려 강원 양양 낙산항을 찾았다. 선상 가자미 낚시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오전 10시30분 승선명부를 적는 간단한 절차를 거친 뒤 구명조끼를 입고 배에 올랐다. 승선 인원은 7명. 길이가 성인 보폭으로 스무 걸음 남짓 되는 작은 배다. 겨울 바다였지만 일렁이는 너울에 실린 따뜻한 햇살이 반겨주는 듯했다. 항구를 떠난 지 15분쯤 배가 멈춰섰고, 가자미 낚시가 시작됐다.

가자미 낚시는 호기심이 많은 가자미의 습성을 이용한다. 바다 밑바닥에 사는 가자미는 조그만 모래바람에도 먹잇감이 온 줄 알고 달려든다. 그래서 낚싯줄을 반복적으로 감았다가 푸는 약간의 고패질로 추를 들었다 놨다 해 모래 바닥을 흩트려놓으면 몰려든 가자미를 쉽게 잡을 수 있다.

갯지렁이 미끼까지 꿰어진 낚싯대를 건네받고 채비를 던졌다. 수심은 40m 정도. ‘툭’ 바닥에 닿는 느낌이 들자 열심히 낚싯대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곧이어 무언가 걸린 듯했다. 서둘러 감아올렸다. 하지만 수면 위로 올라온 건 불가사리였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났을 때, ‘툭 툭 투두득’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낚싯줄을 빠르게 감았다. 기분 좋은 묵직함이 느껴졌다. 낚시는 처음이었지만 제법 큰 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런데 웬걸. 한 마리가 더 있었다. 동해안에서만 잡히는 횟대였다. 어획량이 많지 않아 산지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생선이라고 한다.

직접 잡은 물고기로 회를 뜨는 모습. /김범준 기자
직접 잡은 물고기로 회를 뜨는 모습. /김범준 기자
그렇게 2시간 동안 가자미 3마리, 횟대 1마리를 낚았다. 가자미는 30㎝ 정도로 제법 씨알이 굵었다. ‘낚시 초보’ 딱지를 뗀 것 같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박명교 혜인호 선장은 “가자미 낚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어획량도 많아 낚시 초보들에게 제격”이라고 말했다.

항구로 돌아와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고기를 맛보는 호사를 누렸다. 항구 인근 식당에서는 낚은 고기를 먹을 수 있게끔 횟감을 손질해준다. 가자미는 산란기인 봄철에 바닷가로 와 알을 낳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제철이다. 겨울의 끝자락, 잡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바다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양양=맹진규/박상용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