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을 쓴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가 그린 그림들이 미디어 아트로 재현된다.
태성문화재단이 경기도 광명 호반아트리움에서 ‘헤르만 헤세-치유의 그림들’ 전시회를 20일 열었다. 내년 6월 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작가 뿐만 아니라 화가로도 3000점에 달하는 헤르만 헤세 작품들을 원작과 함께 미디어아트로 재현한 기획전이다. 태성문화재단 관계자는 “헤세의 원화 작품과 소설 초판본, 생애 사진, 노벨문학상 기념주화, 편지 등을 고선명도(HD) 프로젝트를 결합한 미디어전시를 기획했다”고 언급했다.
헤세는 톨스토이, 해밍웨이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소설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평화와 사랑과 관련된 메시지에 몰두한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을 주도하는 것에 반대했던 경력때문에 매국노로 손가락질을 받은 그는 이후 지성인들로부터 정치적 비난과 조직적 왕따를 당해야 했다. 그로 인해 10년 넘는 세월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는 헤세의 정신과 주치의였던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1875~1961)의 권유로 심리치료를 위해 수채화를 자주 그렸다. 헤세는 40대에 접어들어 정물화와 풍경화 그리기에 푹 빠지면서 마음속에 있었던 응어리를 풀어내는 데 열중했다. 산, 강, 꽃, 하늘과 같은 자연 묘사가 헤세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한 것으로 알려진다.

호반아트리움은 헤세의 예술 활동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연대기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헤세의 초대’(1부), ‘방황과 고통’(2부), ‘사랑과 우정’(3부), ‘치유와 회복’(4부), ‘헤세 뮤지엄’(5부), ‘헤세의 정원’(6부)’, ‘평화와 희망’(7부) 등 총 7개 주제로 11개 공간을 마련했다. 호반아트리움 관계자는 “첨단 미디어 아트 기술을 이용해 헤세의 작품을 공감각적으로 살려냈다“며 “마음 공부를 위해 그린 헤세 작품들과 문명병에 지쳐 있는 대중들 사이에 좋은 만남이 될 수 있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