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가족농·수출 제조·금융 통제…'아시아의 용' 이끈 3대 공식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에서 전개된 경제개발의 역사는 개발경제학의 주된 연구 대상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기적적인 성장과 파국적인 위기가 혼란스럽게 오간 동아시아에서 성패를 좌우한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책마을] 가족농·수출 제조·금융 통제…'아시아의 용' 이끈 3대 공식
아시아 경제전문가인 조 스터드웰은 《아시아의 힘》에서 동아시아 경제개발의 성공 비법을 가족농, 수출 중심 제조업, 이 두 부문을 뒷받침하는 금융 등 세 가지 요소로 간단하게 정리한다. 저자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들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여전히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들의 경제개발 과정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치밀하게 분석하고, 현지 탐사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경제개발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세 가지 핵심적인 개입 수단이 있다는 주장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농업 부문의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일본 한국 대만 중국 등은 토지 재분배를 통해 농업 구조를 고도로 노동집약적인 가족농 형태로 재편했다. 이를 통해 소출과 생산량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두 번째는 투자와 창업을 제조 부문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등은 수출 실적을 조건으로 제공하는 보조금을 통해 제조 부문에서 기술적 개선을 촉진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척했다. 보조금과 이른바 ‘수출 규율’의 결합은 산업화를 유례없는 속도로 진전시켰다. 마지막으로 금융기관을 긴밀하게 제어해 단기적 보상과 개인적 소비가 아니라 기술 학습을 통해 미래의 높은 생산량을 보장하는 개발 전략에 돈이 계속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해 보이고 반론의 여지가 많은 ‘3대 공식’을 구체적인 논거와 세부적인 역사적 사실을 들어가며 명쾌한 논리로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정책별 각국의 적합도는 조금씩 차이 나지만 ‘3대 공식’에 전반적으로 가장 잘 들어맞는 국가는 한국이다. 저자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며 ‘한강의 기적’을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 책 곳곳에 서술된 ‘한국 편’들을 떼어내 이어서 읽으면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