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뮤지컬이 몰려온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등의 작품들이 국내 라이선스 공연으로 줄지어 무대에 오른다. 그동안 미국 브로드웨이,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이 주류를 이뤘던 공연 시장이 훨씬 다채로워지고 관객들의 선택폭도 그만큼 넓어진다.

이달 19일부터 2월2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모차르트'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오스트리아 뮤지컬이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모차르트의 후견인 대주교,연인 콘스탄체 등 주변인들과의 애증 관계를 통해 모차르트의 음악 여정을 그린다. 클래식과 록 음악을 버무리고 모차르트가 청바지를 입는 등 파격적인 모습이 흥미롭다.

계단식으로 펼쳐지는 회전 무대와 500여 벌의 의상도 볼거리다. 임태경 박건형 시아준수 민영기 배해선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연출은 서울시뮤지컬단의 유희성 단장이 맡았다.

이 작품을 만든 빈극장협회는 해당 국가의 최고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반드시 28인조 이상 오케스트라가 라이브 연주를 해야하는 등 엄격한 조건을 지킬 때만 라이선스를 허가한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1999년 초연 이후 독일 스웨덴 일본 등 단 4개 국가에서만 선보였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국내에 처음 들어오는 스위스 작품.오는 4월 무대에 오른다. '지킬앤하이드'로 유명한 작곡가 프랑크 와일드혼의 최신작이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무대로 옮겼다. 젊은 선원 에드몽 단테스가 그를 시기한 지인들의 계략으로 14년이나 억울하게 수감됐다가 탈옥,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가명으로 복수극을 펼친다는 내용.제작사인 EMK의 엄홍현 대표는 "원전의 내용도 탄탄하지만 뮤지컬 전문 작곡가인 프랑크 와일드혼의 음악 덕분에 더 완벽한 작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1차 공연을 끝내고 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재공연하는 뮤지컬 '살인마 잭'은 체코산이다. 1888년 영국 런던에서 매춘부들을 연쇄살인한 잭 더 리퍼를 소재로 한 작품.

이처럼 유럽 뮤지컬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작품 완성도가 높은 데다 정서적으로 우리와 친근하다는 것.뮤지컬평론가 원종원씨는 "최근 들어 유럽에서 제작한 뮤지컬 수준이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을 웃돌고 있다"며 "문화적 차이 때문에 국내 관객들이 영미 뮤지컬의 유머 코드나 설정을 다소 이해하기 힘든데 비해 대사보다 노래 위주로 전개되는 형식과 서정적인 선율,뚜렷한 기승전결 구조를 지닌 유럽 뮤지컬은 잘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작사들이 원작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도 한 몫했다. 미국 영국 뮤지컬은 가사 한 구절도 바꾸기 힘들지만 이들 유럽 뮤지컬은 내용과 음악을 제외하고는 거의 '국내산 뮤지컬'에 가깝게 변형할 수 있다.

뮤지컬 콘텐츠 배급 전문업체 떼아뜨르의 김지원 대표는 "원작을 만든 유럽 제작사들이 극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한국 정서에 맞도록 내용을 바꾸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며 "제작사 입장에서도 대사나 극의 구성을 국내 정서에 맞게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