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모빌리티 등 3개 분야 국가전략기술 로드맵은 국가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기술 목표를 담았다. 반도체는 세계 1위 기술 수준을 유지하고, 디스플레이는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2차전지는 희토류 공급망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3㎚ 반도체 공정 기술 100% 확보

희토류 필요없는 '나트륨 배터리'로 글로벌 선도
정부는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급 초미세 반도체 공정의 핵심 기술을 100%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네덜란드 노광장비기업 ASML, 일본 반도체 장비회사 TEL 등 해외 기업과 국내 연구진의 협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전력과 용수 등 필수 인프라를 구축하고 첨단기술 연구거점을 조성하는 등의 역할도 정부가 맡을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신기술 발굴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저가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넘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신소재·신개념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개발 쪽으로 전략의 방향을 틀었다. 최우선 목표는 신축률이 30% 이상인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부는 대학에서 이뤄지는 기초·원천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관련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릴 계획이다.

2차전지, 나트륨으로 리튬 대체

2차전지 부문에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희토류 비중을 낮추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가격이 비싼 광물인 코발트의 함량을 낮춘 고망간 배터리 제조 기술을 2030년까지 개발하고 ㎏당 350Wh의 에너지 밀도를 갖춘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계 음극재 개발 연구개발(R&D) 사업에 정부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리튬을 대체하는 나트륨이온전지 소재 및 제조 기술도 개발하기로 했다. ㎏당 220Wh의 에너지 밀도를 갖춘 배터리 개발이 목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가전략기술 프로젝트를 다수 추진하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함께 수요 기반 초기 실증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현대자동차 기아 등 완성차업체와 협업하며 사용 후 배터리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에도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 연계형 정보 제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LV4+급 완전자율주행 구현

모빌리티는 크게 자율주행 시스템과 도심항공교통(UAM), 전기·수소차로 나눠 목표를 설정했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2030년까지 레벨4+(LV4+)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한다. LV4+ 자율주행은 예측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완전 차량 제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관련 교통체계를 도입하고 초기 실증 R&D를 지원할 예정이다. 자동차보험 제도를 정비하고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자율주행에 특화된 사이버보안 기술 개발 및 안전 국가표준도 확보한다.

UAM은 체계 구축에 집중한다. UAM이 충돌하지 않고 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운항 항로 등 교통체계와 통신 항법 감시 기술을 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100대 이상의 기체가 동시에 운용되는 중밀도 운용환경 시뮬레이션을 구현한다. 또 오차 3m 이내 정밀 운항 및 이착륙 성능을 구현하는 기술 연구에 예산을 지원하고 UAM 전용 5세대(5G) 통신망 구축도 추진하기로 했다.

수소차는 50만㎞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고내구성 핵심 소재 및 부품 개발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고 5분 이내 초고속 전기 충전 기술 구현 및 수소 연료 저장 밀도 향상을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전략 로드맵은 정부 R&D 정책, 투자, 평가 전 과정의 나침반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양자, 우주항공 등 다른 국가전략기술 분야도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진원/이해성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