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서 모자·신발까지 촬영…위성이 미래戰 열쇠"
“적군 동향을 365일 살필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이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것입니다.”

라팔 모드르제브스키 아이스아이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아이스아이는 핀란드 우주개발 스타트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감시·정찰에 쓰인 SAR 위성을 개발한 곳이다. 모드르제브스키 대표는 24일 열리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3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SAR 위성에 관해 발표한다.

이 위성은 전파 마이크로파 등을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합성해 영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학카메라 장착 위성과 달리 구름이 있거나 궂은 날씨, 밤낮에 구애받지 않고 목표물 영상을 24시간 확보할 수 있다.

모드르제브스키 대표는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하는 것은 대형 인공위성의 전유물이었는데 SAR 위성이 그 판을 바꿔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스아이 SAR 위성은 무게가 100㎏ 내외인 소형 위성이다. 기능과 해상도는 대형 위성 못지않다. 5만㎞ 떨어진 우주 상공에서 지구 곳곳을 광범위하게 촬영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보통 중대형 크기 위성은 1기당 가격이 2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초소형 위성은 80억원가량으로 훨씬 저렴하다. 모드르제브스키 대표는 “현재 50㎝ 수준의 해상도인 3세대 SAR 위성을 넘어 최고 25㎝ 수준의 지상 물체를 관측할 수 있는 4세대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아이는 다양한 SAR 위성을 보유한 업체다. 2018년 세계 최초로 SAR 초소형 위성인 ‘X1’을 발사했고 지금까지 21개 초소형 위성을 쏴 올렸다. 모드르제브스키 대표는 SAR 위성이 향후 미래 전장에서 ‘게임체인저’로 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48기 이상의 SAR 위성이 지구 궤도를 비행하면 세계 모든 지역의 움직임을 24시간 포착할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해 전장을 분석하고 효율적인 전투를 위해 다양한 작전 시나리오를 구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 SAR 위성이 한국의 ‘425사업’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를 살피기 위해 중대형 정찰위성 5기를 2024년까지 우주에 띄우는 425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5기의 위성이 두 시간마다 북한의 동태를 살피게 되는데, SAR 위성을 활용하면 이들의 관측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모드르제브스키 대표는 “대형 위성과 함께 소형 정찰위성을 쏜다면 북한 지역을 10~20분 간격으로 촘촘히 정찰할 수 있어 핵 억지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