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센트릭과 임핀지 등 면역항암제가 표적하는 면역관문 ‘PD-L1’을 발견한 연구자가 미국에서 신약벤처를 창업하며 10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조달했다.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신약벤처 노뮤니티(Normunity)는 6500만달러(약 924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노뮤니티는 PD-L1을 식별한 면역종양학 분야 권위자 리에핑 첸(Lieping Chen)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가 설립자로 참여한 신약벤처기업이다. PD-L1은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표적인 PD-1과 함께 의료 현장에서 활발히 쓰이는 면역항암제의 주요 표적이다. PD-L1 면역관문억제제 티센트릭(로슈)은 지난해 4조7700억원, 임핀지(아스트라제네카)는 3조4300억원 어치가 팔렸다. 노뮤니티는 정상화(Normalize)와 면역(Immunity)의 합성어다. 사명처럼 종양 주위 면역체계를 정상화하는 기전의 면역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첸 교수팀의 플랫폼에서 발굴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면역세포에 취약한 ‘뜨거운 종양(hot tumor)’이 방어를 위해 T세포의 접근을 막는 기전과, 면역세포에 반응하지 않는 ‘차가운 종양(cold tumor)’이 면역세포의 표적이 되게끔 하는 기전을 중심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첸 교수는 2013년 아스트라제네카에 5억달러에 인수된 앰플리뮨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한 종양의 면역회피 기전을 연구하고 있다”며 “면역 기능을 정상화하는 의약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보툴리눔 톡신 업계의 후발주자로 평가받던 레방스(Revance)가 치료제 부문에서 역전을 노린다. 이 회사는 ‘덱시파이’로 최근 미국 경추 근긴장이상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경추 근긴장 이상은 대웅제약이 ‘나보타’로 개발하고 있는 적응증이기도 하다. 미국 레방스는 20일(현지시간) 덱시파이에 대해 경추 근긴장이상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추가 생물의약품허가신청서(sBLA)를 제출했다고 밝혔다.경추 근긴장이상은 목 근육이 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축 또는 이완되는 질환이다. 심해지면 목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휘기도 한다. 처음에는 물리 치료가 권장되고 다음 단계에서 톡신 주사가 활용된다. 톡신 주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투여된다. 투여 주기는 통상 3~4개월에 한 번이다. 그 외 남은 방법은 수술이다. 레방스는 미국 근육운동장애 시장이 연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레방스는 이번 sBLA와 함께 덱시파이의 경추 근긴장이상 임상 3상 결과(데이터)를 제출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덱시파이는 위약 대비 125단위(유닛) 및 250단위 용량에서 내약성 및 효능을 입증했다. 효과 지속 기간 중앙값은 125단위 및 250단위 용량 환자군이 각각 24주 및 20.3주였다. 효능 개선 및 치료 만족도에 대한 환자 및 임상의 간 보고 내용은 일관됐다. 경부 근긴장이상에 대한 보툴리눔 독소 치료의 두 가지 부작용 중 연하 곤란(삼키기 어려움) 발생률은 125단위와 250단위 환자군이 각각 1.6%, 3.8%였다. 또 다른 부작용인 근육 약화는 각각 4.8%, 2.3%로 나타났다.레방스는 지난 9월 FDA로부터 덱시파이를 주름 개선 치료제로 허가 받으며 이 시장에 뒤늦게 진출했다. 진입은 늦어졌지만 회사는 덱시파이의 치료 지속기간이 경쟁제품 대비 길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회사 측은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덱시파이는 연간 두 번의 치료로 일년 내내 효과를 보인다”고 했다. 사람 혈청 알부민을 사용하지 않아 혈액 유래 병원균 및 전염성 미생물 감염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고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대표주자인 대웅제약도 최근 나보타(개발명 ABP-450)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파트너사(협력사)인 이온 바이오파마를 통해서다. 이온은 지난달 ABP-450의 경추 근긴장이상 미국 2상 성공 소식을 알렸다. 저용량(150유닛), 중간 용량(250유닛) 및 고용량(350유닛) 모두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4주차에 저용량 및 중간 용량의 근긴장도 측정 지표도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이온은 내년 1분기 FDA와 ABP-450 경추 근긴장이상 2상 종료 회의를 마치고 같은 해 3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온은 대웅제약으로부터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영국 등에서 ABP-450를 치료제로 독점 개발 및 유통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
애브비는 영국의 비상장 항체치료제 개발사인 DJS 안티바디스를 인수한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DJS는 막단백질(transmembrane protein) 표적 항체를 발굴하는 플랫폼 ‘HEPTAD’을 보유했다. 앞으로 HEPTAD 플랫폼과 애브비의 약물 발굴 전문지식을 접목해 새로운 항체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DJS의 주력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특발성폐섬유증(IPF) 등 섬유성 질환 치료를 위한 ‘DJS-002’다. DJS-002는 전임상 단계의 '라이소포스타티딘산수용체1(LPAR1)' 길항제다. LPA는 'G단백질결합수용체(GPCR)'와 결합해 폐와 간 피부 등 다양한 조직의 섬유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JS-002는 GPCR을 표적해 LPA와의 결합을 막는 항체의약품이다. 애브비는 DJS 주주에게 총 2억5500만달러(약 3650억원)의 현금을 지불할 예정이다. 계약에 따라 DJS-002의 개발에 대한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도 지급하게 된다.조나단 세드윅 애브비 부사장은 “DJS-002는 물론 DJS의 혁신적인 기술력과 재능있는 연구진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인수는 애브비의 항체 연구를 향상시키고 면역학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특발성폐섬유증藥, 대웅·브릿지바이오 FDA 2상 승인특발성폐섬유증은 폐가 서서히 굳어져 폐 기능이 저하돼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 시판된 치료제가 있지만 기존 치료제는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수준이다. 미충족 수요가 있어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국내 기업들도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6월 ‘PRS’ 단백질을 저해하는 ‘DWN-12088’의 특발성폐섬유증 환자 대상 다국가 임상 2상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이어 7월에는 FDA 신속심사(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지정됐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오토택신 저해제 ‘BBT-877’도 지난 7월 미국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BBT-877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2019년 기술이전했지만 잠재적 독성 우려로 인해 2020년 반환됐다. 브릿지바이오는 FDA가 요청한 추가 실험을 통해 독성 우려를 해소하고 2상을 승인받았다. 한미약품의 ‘HM15211(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은 2020년 FDA로부터 특발성폐섬유증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GLP-1', 글루카곤 및 'GIP' 수용체를 모두 활성화하는 기전이다. HM15211은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및 간섬유화 환자에 대한 후기 임상 2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