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신임 회장 "한의원도 X레이·CT 진단 허용해야"
“국내 한의사는 세계 어느 나라의 전통의학 의사보다도 많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의원에서도 엑스레이와 CT(컴퓨터단층촬영) 등으로 진단받고 한약에 건강보험 혜택도 받는 시대를 열겠습니다.”

지난달 10일 3년 임기를 시작한 최혁용 신임 대한한의사협회장(49·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의사가 의사와 동등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중국식 이원적 의료일원화가 필요하다”며 “한의약에도 의약분업 제도를 도입하고, 동네의원에서 의사와 한의사가 같은 역할을 하는 1차의료 통합의사제도부터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의사와 중의사가 동등한 위치에서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쓰고 약 처방도 한다. 중의사는 미국의사시험도 볼 수 있다. 한의사의 활동 범위가 제한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 회장은 의사들이 의료를 독점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1차의료를 강화하고 만성질환을 관리하며 농어촌의 부족한 의사 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며 “하지만 이를 모두 의사에게만 맡기다 보니 의사단체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시스템 개혁을 위한 파트너로 의사뿐 아니라 한의사, 간호사, 약사도 포함해야 균형과 견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에는 일정 교육을 받은 약사가 공인예방접종사 자격을 취득하면 독감 예방접종을 할 수 있다”며 “전문간호사가 1차의료를 책임지고 간단한 약 처방도 한다”고 했다. 의사 독점권을 풀어야 각종 보건의료 현안도 풀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88년 경희대 한의학과에 입학한 뒤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최 회장은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어온 한의사로 꼽힌다. 1999년 동료 한의사와 함께 어린이 한의원인 함소아한의원을 세웠다. 여러 한의원에 약을 공급하는 함소아제약도 차렸다. 그러나 규제에 막혀 한의사가 약을 쓰는 것도, 진단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을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0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들어가 보건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년 반 동안 무보수로 국회 입법보조인 활동도 했다. 2014년에는 45세 나이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했다. 최고령 합격자였다. 변호사 면허를 딴 뒤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로 직업을 바꿨다. 2012년과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재인 캠프 정책특보도 맡았다. 지난해 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자문관으로 임명됐다가 협회장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력에 대해 그는 “정책과 법을 알아야 한의사 활동을 막는 각종 규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책과 법을 공부한 뒤 회장직에 올랐지만 한의사들이 처한 환경은 녹록지 않다. 한의사들도 의료기기를 쓸 수 있도록 한 의료법개정안은 의사 반대에 막혀 국회 계류 중이다. 한약에 건강보험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의사 반대에 막혀 시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의사들이 천연물의약품을 사용토록 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의사 반대를 뚫기 위한 우군은 국민”이라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국민 80%가 찬성한다”고 했다. 국민에게 필요한 제도라면 의사들이 반대해도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오는 26일 공식 취임식을 한다. 2021년까지 전국 2만5000명의 한의사를 대표해 활동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