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국가들은 주권 지위를 구체화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가 없기 때문에 국제법에서 실제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루 쉐이 주프랑스 중국 대사의 이 발언이 동유럽을 발칵 뒤집었다.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 발언이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집단 항의로 이어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발트 3국은 오는 24일 중국 고위급 관리들을 공동 초치하겠다고 밝혔다. 에드가르스 링케비치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루 대사의 발언에 대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국 측이 이에 관해 설명하고 이 발언을 완전히 철회하길 바란다"고 했다.

루 대사가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지난 21일 프랑스 텔레비전에 방영된 인터뷰에서다. 그는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의 일부인지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역사적으로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일부였으며 전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시초프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도 발트 3국에 연대 의지를 보였다.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특히 우크라이나의 경우, 1991년 크림반도를 포함한 국경선을 중국을 포함한 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러한 발언이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미하일로 포돌리야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의 대표로부터 크림반도의 역사에 대한 터무니없는 말은 당혹스럽다"며 "주요 정치인이 되고 싶다면 러시아 외부인의 선전을 앵무새처럼 따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