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작년 6월 이후 처음으로 2만8000달러(약 3660만원)를 넘어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금융시장 혼란 속에 긴축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다.

20일 오전 2시께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2만8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오후 12시 현재 기준 가격은 2만7524달러로 24시간 전보다 1.88% 상승했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70% 가까이 급등했다. 이더리움 가격도 일주일 전보다 17%가량 올랐다.

지난 10일 SVB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위험자산 투자 심리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시장에서는 Fed가 베이비스텝(한 번에 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9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Fed가 이달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확률이 73.8%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26.2%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파생상품 회사 FRNT파이낸셜의 스테판 우엘레트 최고경영자(CEO)는 "(가상화폐)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유동성 환경의 변화"라며 "예상했던 금리 인상폭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비트코인 투자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증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은 뛰어오르면서 주식과 비트코인과의 상관관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S&P500지수는 지난 17일 1.1% 하락했다. SVB 파산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금융주 중심으로 낙폭이 컸다.

반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강세를 띠고 있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플랫폼 마렉스의 디지털 자산 공동 책임자인 일란 솔로트는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유동성 조건이 확대되면서 (비트코인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