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흑해 운송 재개에 세계 식량가격 약세…"심리적 측면 커"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운송이 러시아의 침공 여파로 중단된 지 약 5개월 만에 재개되면서 공급 증가 기대 등으로 세계 곡물 가격이 하락했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4시 기준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의 9월물 연질 적색 겨울 밀(SRW) 선물 가격은 부셸당 7.90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25% 내렸다.

12월물 옥수수 선물 가격은 0.7% 하락한 부셸당 6.05달러를 나타냈으며, 대두유(콩기름) 12월물 선물 가격은 1.75% 빠졌다.

이러한 흐름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실은 선박이 1일(현지시간) 흑해 항로를 통해 수출 길에 오른 가운데 나왔다.

지난 2월 하순 세계 3∼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의 주된 수출 통로인 흑해의 뱃길이 막히는 통에 세계 식량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이번 출항은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가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해 항로 안전을 보장하기로 합의한 이후 열흘 만에 이뤄졌다.

지난달 22일 합의 소식 발표에 7.59달러까지 떨어졌던 밀 선물 가격은 이후 다시 상승하다가 실제 운항 재개가 임박하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옥수수 선물 가격 역시 지난달 22일 5.64달러까지 떨어진 뒤 밀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튀르키예 국방부는 이번 합의 실행 이후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곡물 최대 5천만t이 흑해를 통해 수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향후 합의가 파기될 가능성이 여전하고, 수출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당장 수출량이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게다가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 상승에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비료 가격 상승 등도 영향을 끼친 만큼, 흑해 항로 운송 재개만으로는 완전한 곡물 가격 안정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웰스파고의 농산물 분야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스완슨은 "우크라이나 곡물에 대한 이용 가능성이 커지면 전 세계 공급망에 도움이 되겠지만, 심리적 측면도 있다"면서 "이용가능성이 10%라면 심리적 부분이 90%"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로 판로가 확보되면서 우크라이나 농가가 내년도 작물 재배에 나설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WP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