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과정을 관리할 공동조정센터(JCC)가 27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문을 열었다. 이르면 1주일 안에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돼 세계 식량난 우려를 덜게 될 전망이다. 단 우크라이나와 서방, 러시아 간 여전한 갈등은 변수로 남아 있다.

우크라 곡물 수출길 열리자 치솟던 밀값 안정세
이날 튀르키예 정부는 이스탄불에 있는 국방대 안에 JCC를 개소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오데사항 등 3개 흑해 항구에서 곡물 수출을 위한 선적 작업에 들어갔다. JCC는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곡물을 수출하는 과정을 관리감독하고 우크라이나 입항 선박에 무기가 실려있는지 여부 등을 검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튀르키예와 유엔이 지난 22일 곡물 수출 재개에 최종 합의하면서 생긴 기관이다. JCC에는 이들 3개국의 군과 유엔 관계자 등 20명가량이 근무하기로 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이르면 1주일 안에 재개돼 올 연말에는 수출량이 25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을 월 500만t으로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월 500만t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기 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이다. 그러나 물류 상황 등에 따라 본격적인 수출 재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 및 유엔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 재개 소식에 최근 밀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9월물 기준)은 전 장보다 1.6% 떨어진 부셸당 7.9달러로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곡물이 시장에 풀리면 세계 식량 가격이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개전 이후 밀 선물 시세는 한때 부셸당 12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전 세계 식량 대란 공포가 누그러졌다는 일각의 평가와 달리 앞으로의 상황을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사자 네 곳이 극적인 합의를 이룬 다음날인 지난 23일 러시아가 오데사항을 폭격하는 등 긴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흑해에 기뢰가 설치돼 있어 선박들이 운항을 꺼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러시아산 농산물 수출과 관련한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 합의는 무산될 것”이라는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물류 상황도 문제다. 농업시장조사업체 우크라그로컨설트는 곡물 수출항 역할을 하게 될 오데사항 등 네 곳의 최대 처리 용량이 월 350만t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튀르키예나 유엔의 낙관적 전망에 못 미치는 양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