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하루 만에 수도 키예프까지 진격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빠르면 몇 시간 안에 키예프가 함락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러시아군 기갑부대가 25일(현지시간) 새벽 키예프에서 32km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했다고 미 연방 하원에 보고했다. 해당 부대는 우크라이나 북쪽 벨라루스를 경유해 진입한 기갑부대다. 이와 별개로 러시아 방면에서 국경을 넘은 부대도 키예프에 바짝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북 세 방향에서 키예프를 향해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AFP통신은 이날 오전 키예프 시내 북부 지역에서 총성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며 교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키예프의 관문 격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일대도 이미 러시아군 수중에 떨어졌고, 우크라이나 군 시설 83곳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안톤 헤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은 이날 "이번 전쟁에서 가장 힘든 하루가 될 수 있다"며 "수도 방위군이 서방에서 받은 대전차 미사일로 무장한 채 러시아군 기갑부대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키예프에서는 이날 새벽부터 미사일 공격이 재개됐다. 키예프에 머무는 각국 특파원들은 오전 6시30분께부터 폭음이 수차례 울렸다고 전했다. 섬광 때문에 하늘이 훤해질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오전 4시부터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 150여명이 항복했고 군 공항 11곳을 포함해 군용시설 118곳을 무력화했다고 발표하며 러시아 측 우세를 주장했다.

반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 병력이 거의 모든 방향에서 진격을 저지당했다"며 러시아군의 인명피해는 800명, 탱크 30여대와 군용 차량 130여대, 군용기 7대, 헬리콥터 6대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한나 말리야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도 이날 오후 러시아군이 키예프 외곽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수적 열세에도 4개 전선에서 진지를 사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군 시설만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인 거주지에 미사일이 떨어져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에 대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은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가 충분치 않다는 방증이라며 "러시아는 조만간 우리와 대화를 해야 할 것이고 대화가 일찍 시작될수록 손실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