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부터 청바지까지 의류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원재료인 면화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오르면서다. 세계 최대 면화 수출국인 미국의 호우 피해 우려와 중국의 수요 급증 등이 맞물리며 면화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美 텍사스 면화 산지에 폭우

면화값 10년 만에 '최고'…의류도 비싸지나
28일(현지시간) 뉴욕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12월 인도분 면화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00.03센트로 전날보다 2.02% 상승 마감했다. 장중엔 파운드당 101.55센트까지 치솟아 2011년 11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면화 가격은 올 들어서만 28% 올랐다.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면화 가격 급등은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 탓으로 분석된다. 미국 최대 면화 산지인 텍사스주에선 이번 주말까지 천둥·번개와 돌풍을 동반한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산지로 꼽히는 미시시피 삼각주 일대도 호우 피해가 예고됐다. 폭우로 면화 품질이 떨어지면 공급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의 수석기상학자 도널드 키니는 “앞으로 10일 동안 높은 습도로 인해 서부 텍사스 일대의 면화 수확 시기도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면화 최대 수입국 된 中

반면 면화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을 꺼리던 소비자들이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외부 활동을 늘리며 미뤄뒀던 의류 구입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면화 수요도 대폭 늘었다. 중국은 지난해 1월 체결한 미·중 무역협정에 따라 브라질 대신 미국에서 면화를 대량 수입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베트남을 제치고 6년 만에 미국산 면화 최대 수입국에 올랐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면화 500만 베일(1베일=218㎏)을 구입했다. 미국 전체 면화 수출량의 30%를 넘는 규모다.

터키, 파키스탄 등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중국 다음으로 미국산 면화 수입이 많다. 값싼 노동력으로 글로벌 섬유 생산 기지로 떠오르면서 면화 수입을 늘리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면화 재고량은 줄고 있다. 존 로빈슨 텍사스A&M대 교수는 “미국산 면화 재고량은 6월 이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수출 호조 신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의류 가격도 오르나

면화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의류 제조업체들이 높아진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용 인상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않으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리바이스 스트라우스 같은 의류 업체들의 이윤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류 업체들이 판매가를 인상하면 원유 등 에너지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져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면화 가격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파운드당 2달러에 달했던 2011년에 비해 중국의 면화 수요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세계 최대 면화 수출국인 호주의 생산량 감소 등 수급 불균형으로 면화 가격은 파운드당 2달러를 돌파했다.

면화 가격 급등이 투기 세력의 개입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면화공급업체 플레서스코튼의 피터 에클리 이사는 ‘쇼트 스퀴즈’(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했으나 주가가 오를 때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수에 나서는 것)에 비유하면서 “2022년 7월 인도분은 강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장기적인 공급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