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던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벨라루스의 불안한 정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우크라이나 키예프 한 공원에서 전날 실종됐던 비탈리 쉬쇼프(26)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발견당시 시신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였지만, 경찰은 살해 가능성도 염두하고 수사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쉬쇼프는 키예프의 사회운동단체인 '우크라이나의 벨라루스인 집' 대표로 활동했던 대표적인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다. 벨라루스 정부 탄압을 피해 우크라이나로 이주했던 벨라루스인들의 지원을 도왔다.

쉬쇼프의 동료들은 그가 오전에 조깅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를 하면서 "쉬쇼프가 지난해 벨라루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이후 모르는 차가 뒤따르는 등 지속적인 감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쉬쇼프는 심리적·정신적 장애가 없는 매우 침착한 사람이었다"면서 납치 및 살해 가능성을 제시했다.

벨라루스 당국은 지난달 말부터 국가보안위원회(KGB)를 통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외국 거주 야권 지도자들을 체포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하우스 측도 "이것은 벨라루스 KGB가 현 정권에 위협이 되는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계획한 작전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8월 대선 이후 30년 가까이 장기 집권에 성공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7) 벨라루스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사퇴와 함께 새로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를 탄압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을 반대하는 야권 인사 3만50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탄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벨라루스 육상선수 크리스티나 치마노우스카야(24)는 지난 2일 자국 육상팀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강제 귀국 위기에 몰렸다. 크리스티나 치마노우스카야는 재선거와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공개 성명에 참여한 바 있다.

치마노우스카야가 자신의 SNS에 담당 코치의 태만 행위를 비난하고, 이후 해당 코치가 귀국 명령을 하면서 출전 예정이었던 200m 계주에 불참한 채 강제로 하네다 공항에 끌려갔다. 하지만 출국을 거부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도움을 요청했다.
크리스티나 치마노우스카야/사진=AFP
크리스티나 치마노우스카야/사진=AFP
치마노우스카야는 "(귀국하면) 감옥에 가게 될까 봐 두렵다"며 "벨라루스는 안전하지 않다"고 밝혔고, 이에 폴란드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치마노우스카야에게 비자를 내주고, 대사관에서 신변을 보호하겠다고 나서면서 4일 오전 11시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폴란드로 가기 위해 나리타공항에서 출국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그는 바르샤바로 날아가 장애물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한다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