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부터 엿새간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등 유럽 3개국을 순방한다. 시 주석의 이번 유럽 방문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대(對)중국 제재 공동 전선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과 프랑스가 어떤 선물 보따리를 주고받는지에 따라 국제 정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U 균열 원하는 중국

시진핑, 5년만에 유럽行…"우호국 다지기"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에서 전용기를 타고 유럽 순방 첫 방문지인 프랑스로 출발했다. 안보라인 수장이자 공식 서열 5위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이 외교부 장관이 동행했다. 시 주석은 오는 10일까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슈요크 터마시 헝가리 대통령 초청으로 3국을 국빈 방문한다. 시 주석의 유럽 방문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 관련해 미국이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프랑스를 찾아 눈길을 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보조를 맞춰 EU 집행위도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전동차, 의료기기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유럽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작년 10월 반보조금 조사를 한 데 이어 유럽 주요 국가 입찰에 참여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EU의 역외보조금 규정(FSR) 위반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풍력발전단지 개발사업에 참여한 중국 풍력터빈회사의 FSR 위반 조사에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시 주석의 이번 유럽 방문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산 반보조금 규제 연대에 균열을 내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많다. 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중국 투자를 원하는 국가도 많은 만큼 국가별 맞춤 외교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충자이안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시 주석의 유럽행에 대해 “중국 입장에 더 공감할 수 있다”며 “EU 회원국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선물 주고받나

시 주석이 방문하는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가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EU 주요국은 중국과의 전면적인 디커플링을 원치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중국은 독일의 중요한 협력 동반자”라며 “독일은 ‘디커플링’과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EU 회원국은 미국과 달리 중국 투자를 바란다”며 “중국 역시 EU에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EU의 주축인 프랑스는 중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4월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중국에서 시 주석을 만난 뒤 “대만 문제에 유럽이 휘말려선 안 된다” “유럽이 미국에 종속돼선 안 된다” 등의 발언으로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에 힘을 실어줬다. 외교가에선 시 주석의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코냑 등 프랑스산 브랜디 반덤핑 조사를 멈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냑 반덤핑 조사는 EU의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에 대한 맞불 성격 조치였다는 점에서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의 회담 결과에 따라 중국이 프랑스에 ‘선물’을 안겨줄 수도 있다.

세르비아와 헝가리 방문은 중국의 우호 세력 다지기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헝가리는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국가다. 시 주석은 헝가리에 일대일로 사업에서 혜택을 주는 대신 EU의 중국산 반보조금 정책을 차단하는 데 역할을 해주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