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코로나 사태로 개체 수 급증…"이탈리아 전역 200만 마리 배회 추정"

[사진톡톡] 로마 도로 점거한 멧돼지 떼…불안에 떠는 시민들
이탈리아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출몰하는 멧돼지들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이들은 열 마리 안팎의 떼로 몰려다니며 농작물을 망쳐놓거나 사람을 위협합니다.

혼잡한 도로에 갑자기 뛰어들어 차량 통행을 방해하고 때로는 사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멧돼지 출몰로 발생하는 교통사고 건수가 연평균 1만 건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로마의 한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나온 여성에게 달려들어 음식을 '강탈'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다치거나 숨지는 사례도 많습니다.

[사진톡톡] 로마 도로 점거한 멧돼지 떼…불안에 떠는 시민들
로마 시당국은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녹지 주변에 키 높은 철제 펜스를 설치해 주거지역 접근을 막아보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통제가 어려운 멧돼지 떼를 이대로 방치하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전역에서 배회하는 멧돼지 수는 2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들어서는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생식 주기가 짧아지면서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어미 한 마리가 2년마다 세 차례에 걸쳐 6∼1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사진톡톡] 로마 도로 점거한 멧돼지 떼…불안에 떠는 시민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문제를 악화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는 멧돼지들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해당 기간 이탈리아에서 인기가 높은 멧돼지 사냥이 제약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사냥은 그동안 멧돼지 개체 수를 조절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돼왔습니다.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멧돼지 사냥 규제를 다시 조금씩 풀어주고 있지만 이에 대한 동물 권리 보호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민들을 불안케 하는 멧돼지 떼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를 놓고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