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흑인시위 격화 속 '미국 분노사회' 주목
"공화, 백인 지지층 포섭하려 인종갈등 부추겼다 역풍"
"민주당, 시위대 분노 이용하면 양극화 반목이 국가위협"
미국시위 동력은 '양극화'…서로 더 달라지고 더 미워한다
미국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미국 사회의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상대 진영에 누적된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일(현지시간) 미국 사회에 만연한 정치적 양극화와 당파적 분노가 시위대와 반대파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정부의 갈등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위 사태를 1967년 발생한 흑인 시위와 비교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50여년 전 시위 당시 미 공화당은 법과 질서를 명분으로 강경한 폭동 진압을 내세워 백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그 이후로 흑인 시위를 '인종 폭력'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공약은 공화당의 핵심 선거 전략으로 사용됐다.
미국시위 동력은 '양극화'…서로 더 달라지고 더 미워한다
인종 문제를 정치화하는 공화당의 전략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중남미와 맞닿은 남부 국경에서의 불법 이민 반대 운동으로 백인 지지 세력을 키웠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이면에는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과 2015년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흑인 소요사태에 대한 불만이 내재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백인 지지층의 불안 심리와 인종 갈등을 효과적으로 자극한 셈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81%는 백인이며, 민주당의 백인 유권자 비율은 59%에 그친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중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할지 묻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약 90%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간 공화당이 점점 더 '하얗게' 변하면서 인종 갈등에 대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백인 유권자들은 대체로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해 동의하나, 이후 벌어진 시위에서의 폭력과 약탈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시위 동력은 '양극화'…서로 더 달라지고 더 미워한다
이들은 경찰의 잔혹 행위로 촉발된 이번 시위 역시 경찰에 책임을 묻는 차원이 아닌 경찰에 대한 오랜 편견의 결과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좌파 성향의 백인 지식인층은 흑인 인권 운동가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인종 문제에 접근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잔혹 행위에 반대하는 시위는 단순히 인종 문제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이자 이념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인디애나대 정치학자인 스티븐 웹스터 박사는 인종 문제에서의 정치적 양극화가 더 심화했으며, 서로에 대한 반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 이후 상대 당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평점이 100점 만점에 50점에서 30점으로 약 40% 하락했다면서 언론과 정치가 유권자들이 상대 집단을 근본적인 위협이자 혐오 세력으로 인지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웹스터 박사는 앞서 공화당이 백인들의 분노를 전략화했다면, 이번 시위에서는 민주당이 '인종적 정의'라는 명목으로 시위대의 분노를 이용하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이 같은 반목 동력을 '아메리칸 레이지'(American Rage·미국에 뿌리내린 다혈질성 분노)로 규정하기도 했다.

웹스터 박사는 결과적으로 양극화로 인한 분노와 반목이 국가 전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면서 또다시 인종 분열의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