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버핏, 항공株 왕창 샀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주를 대규모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최근 증시 폭락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무섭지 않다고 했다.

11일(현지시간) 나스닥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지난달 말 델타항공 주식 97만여 주를 4530만달러(약 545억원)에 사들였다.

평균 매수 가격은 주당 46.4달러로, 델타항공의 이날 종가인 42.67달러보다 다소 높다. 델타항공 주가는 저유가를 바탕으로 올초 60달러를 넘었다가 유럽과 중동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월 21일부터 급락하고 있다.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델타 지분은 이로써 12%(약 7090만 주)로 늘어났다. 버핏은 저유가 추세가 항공유 비용 부담이 큰 항공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항공 대표주인 델타항공을 지속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븐 트렌트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 간 의견 충돌로 저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항공사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핏은 이날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은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이라는 ‘원투 펀치’를 맞았지만 1987년 ‘블랙 먼데이’나 2008년 금융위기만큼 공포스러운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충분히 오래 시장에 있으면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며 장기 투자를 강조했다.

한편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위기를 맞고 있다. 2018~2019년 737맥스 여객기 추락 사고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보잉은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18% 급락한 주당 189.08달러에 장을 마쳤다.

보잉은 이날 지난달 월 항공기 주문량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각국 항공사 등으로부터 18건을 수주했으나 취소된 주문은 이보다 많은 46건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보잉이 지난 1월 대출받은 138억달러(약 16조6000억원)를 불과 한 달여 만에 소진했다고 보도했다.

강현우/선한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