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추락 원인을 두고 이란의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양국의 갈등이 재발하는 분위기다.

미국 당국은 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이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앞서 미국 관리들은 이 여객기가 이란 방공망에 의해 우연히 격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다. 여객기는 상당히 거친 지역을 비행하고 있었다"며 "어떤 사람들은 기계적인 이유였다고 말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건 문제조차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의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부연은 하지 않았다.

다만 미 국방부는 논평을 거절한 상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배제한다며 긴장 완화를 택한 상황에서 미 국방부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양국 간 관계를 다시금 자극하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염두한 것이라 보고 있다.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사망자 176명 중 63명은 캐나다인이었다. 이에 캐나다 역시 논쟁에 가세하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테헤란 인근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미사일로 격추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동맹국의 정보기관 등 복수의 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며 "이들 증거는 이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미사일에 의해 격추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측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이란 반관영 통신사인 ISNA는 알리 아베드자데 이란 민간항공기구 대표의 말을 빌려 "과학적으로 지대공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비행기를 명중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그런 루머는 비논리적"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군 총참모부 수석대변인도 "탑승객 대부분은 매우 귀중한 이란 젊은이들이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제기되는 의혹들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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