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구단인 라쿠텐골든이글스가 홈구장의 운영을 전면 비현금 결제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금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프로야구 구단의 움직임이 ‘캐시리스’사회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라쿠텐은 센다이시에 있는 프로야구팀 라쿠텐골든이글스의 홈구장인 라쿠텐생명파크미야기와 일본 프로축구 빗셀고베의 홈구장인 노에비르스테디엄고베에서 열리는 경기를 전면 비현금 결제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티켓판매에서부터 구장 내 각종 상점 운영, 경기장내 식음료 판매 등을 간편 결제 시스템이나 신용카드로만 운영하겠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조치는 라쿠텐그룹의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인 ‘라쿠텐 페이’와 ‘라쿠텐 포인트 카드’ 등의 사용을 활성화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라쿠텐의 케시리스 서비스를 체험해 비현금 결제의 편리함을 경험하면 일본인들이 자사 서비스를 더욱 많이 이용할 것이란 기대가 담긴 것입니다.

일본은 ‘현금 왕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30년 전에나 볼 수 있었을 법한 현금결제가 사회 곳곳에서 일상화돼 있습니다. 주요 대도시에서도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상점과 식당이 적지 않습니다. 일본은 국제 비교가 가능한 2015년 현재 비현금결제 비율이 18%로 한국(89%)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중국(60%)과 영국(55%) 등에 비해서도 크게 낮습니다.
현금위주 결제가 지속되는 까닭에 일본 사회도 적잖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몇년간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지만 신용카드사용 등이 제한된 까닭에 소비는 그에 비례해 늘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현금거래는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 현금 운송비용과 ATM 설치 등 유통 비용이 적잖게 들고, 각 점포 계산대에서 현금 잔액을 확인하는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점포 1개당 1일 평균 2시간 반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야구와 축구 등 스포츠 인기가 높은 일본에서 라쿠텐의 시도가 보수적인 일본의 결제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