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시스템 관련 프로그램을 외부에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미완성인 기술, 그것도 자율주행차 관련 중요 기술 중 하나를 경쟁업체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입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9’에서 도요타자동차는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 안전시스템 ‘가디언’을 다른 자동차 업계에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디언’은 운전자의 상황을 센서가 파악해 운전실수에 따른 충돌을 예방하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자율주행차가 완전하게 사람을 대신하기 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운전자 지원에 중점을 두고 개발 중이라는 설명입니다. 도요타가 생산하는 자동차 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회사의 자율주행 시스템과도 결합하는 게 가능하다는 게 도요타 측 판단입니다. 차량의 자율주행시스템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앞서 도요타자동차는 정보기술(IT)기업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자율주행차·차량공유사업 협력을 위한 ‘모네 테크놀로지’를 설립해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 축적·분석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랫동안 관련 기술도 축적해 왔습니다.

이처럼 자율주행 분야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도요타지만 미국 구글 산하 웨이모에 비해 관련 기술력이 조금 뒤쳐져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라고 합니다. 웨이모는 압도적인 자율주행 테스트 거리를 바탕으로 관련 기술력을 확보해 왔고, 지난해 말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일부 주민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배차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자율주행차 시장이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지닌 업체가 주도하고,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하청업체화할 수 있다는 ‘공포’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도요타가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공개라는 강수를 꺼내든 배경을 두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같은 자리를 노리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 구글 등 미국의 경쟁업체에 자율주행 시스템 분야에서 한발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판세를 뒤집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도요타의 구상대로 자율주행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지는 미지수지만,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자동차 업체들이 생사를 건 기술개발과 합종연횡을 하는 대격변의 시기에 한국 자동차 업계도 더 굳은 각오로 기술개발에 정진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