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의회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 실시 절차를 선거관리위원회가 연말 이후로 연기한 데 대해 쿠데타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의회는 23일(현지시간) 특별회의를 열고 최근 선관위의 국민투표 실시 절차 연기를 헌정 질서를 무시한 마두로 행정부의 쿠데타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이어 마두로 대통령을 민주주의를 위반한 혐의로 법정에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의회 다수당을 구성하고 있는 야권연대 민주연합회의(MUD)의 훌리오 보르헤스 의장은 “결의안은 민주주의와 인권, 국가 미래를 파괴하는 등 헌법 유린에 책임이 있는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추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이번 사례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군대에 행정부 명령을 따르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사회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했다. 엑토르 로드리게스 의원은 “야권은 파라과이, 온두라스, 브라질처럼 쿠데타를 원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100여명의 정부 측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45분간 정회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오는 26~28일로 예정됐던 국민소환 투표 청원 본서명 수집 절차를 연기한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앞서 국민소환투표 1차 서명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속임수가 발견된 5개주(州)의 서명운동 결과를 무효로 판단한 대법원 결정이 근거라고 밝혔다.

이번 결의안 통과에도 마두로 행정부와 대법원은 의회의 입법활동에 제약을 가해온 터라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이 장악한 의회 해산을 대법원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가 아닌 헌법재판소의 승인을 받아 집행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이에 맞서 베네수엘라 의회도 마두로 대통령이 임명한 12명의 대법관 지명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 경제난에 따른 식품과 생필품 부족으로 국민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야당은 2019년까지로 되어 있는 마두로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대통령을 탄핵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