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산혁명 당시 링난대 총학생회장으로 도심점거 주역
사상 최고 투표율 견인한 젊은 층 지지…자치 지지 '영 파워' 대거 당선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입법회 의원(한국의 국회의원 격)선거에서 우산혁명의 학생지도자가 최연소로 당선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번 선거 투표율이 사상 최고인 58%까지 치솟은 가운데 홍콩 자치 및 민주화를 지지하는 젊은층의 여론이 표심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산혁명 세력의 입지 확장을 경계해온 중국 측의 우려도 예상된다.

5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산혁명 주역인 네이선 로(羅冠聰·23)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주석은 6석이 걸린 홍콩섬 지역구에 처음 출마해 5만818표를 획득, 2위로 당선됐다.

특히 로 주석은 1991년 28세로 당선된 제임스 토(塗謹申) 민주당 의원의 최연소 입법회의원 당선 기록을 25년 만에 깨트렸다.

로 주석은 2014년 대학학생회 연합체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의 상무위원 겸 홍콩 링난대(嶺南大) 총학생회장으로서 9월 28일 진정한 행정장관 보통선거 도입을 요구하며 시작된 도심 점거 시위를 주도했다.

그는 우산혁명 개시 이틀 전인 2014년 9월 26일 당시 학민사조(學民思潮·중·고등학생 단체) 위원장이던 조슈아 웡(黃之鋒·19)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알렉스 차우(周永康·25) 당시 학련 비서장과 함께 3m 높이의 정부청사 철문을 넘어 청사 건물 앞 광장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이 로 주석 등을 후추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강경 진압하는 모습이 방송에 공개된 후 분노한 시민 수만 명이 이틀 뒤 거리로 나서면서 79일간의 도심 점거 시위인 우산혁명이 시작됐다.

로 주석은 2014년 10월 조직폭력단체 회원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흉기를 든 채 시위캠프 철거를 시도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진압이 이뤄지더라도 정부가 확고한 정치개혁안을 내놓을 때까지 시민이 거리에 나올 것으로 믿는다"며 시위를 지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로 주석은 작년에는 학련을 이끄는 비서장으로 선출돼 우산혁명 실패로 좌절감에 빠진 청년층을 다독이는 역할을 주도했다.

로 주석은 작년 9월 우산혁명 1주년 기념집회에서 연합뉴스에 "정부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식에 사회가 표출한 실망감과 분노를 잘 이해하고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거리 투쟁 대신 정치권 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 주석은 지난 3월 웡 비서장과 함께 10년 내 홍콩의 미래를 결정할 국민 투표 실시를 주장하는 데모시스토당을 결성했다.

그는 2014년 시청 광장 점거 시위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선거 출마가 위태로웠지만, 지난달 15일 징역형을 면해 선거 출마가 허용됐다.

로 주석은 최근 홍콩대 여론연구소 조사에서 7∼9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당선 가능성이 불투명했지만, 전날 중국의 과도한 간섭에 반감을 품은 젊은 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몰리면서 2위로 도약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8%로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밤에 투표자의 발길이 급증해 투표 종료 시간인 4일 밤 10시30분을 4시간 넘긴 5일 오전 2시30분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로 주석은 이날 현지 언론에 유권자들이 자신이 민주화 운동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것임을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대단한 도전이 될 인생의 새 무대에 진입함에 따라 행복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입법회 임기가 시작되면 국민 투표에 대한 논의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홍콩 야권인 자치파 내 급진파로 분류되는 로 주석 외에 영스피레이션(靑年新政)당의 식스투스 렁(30·일명 바지오 렁) 위원장 등 친(親)독립파 청년 후보도 3명 이상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영(young) 파워'를 과시했다.

그러나 자치파 내 중견 정치인들이 많이 낙마해 입법회 내 친중국파의 우위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