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 中 외교장관과 악수하는 오바마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대북제재를 협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과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신화연합뉴스
< 왕이 中 외교장관과 악수하는 오바마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대북제재를 협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과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신화연합뉴스
UN 안전보장이사회가 검토하고 있는 대북제재 결의안(초안)은 1990년 이라크 전쟁 발발 직후 내놓은 제재안(chapter 7) 이후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핵·미사일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자금과 연료, 사람을 ‘원천 차단’하는 실효성 있는 내용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쟁 결정을 빼고 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제재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UN 안보리 초강력 대북제재] 북한 무역·금융·군수 '전방위 봉쇄'…"핵 포기 이끌어낸다"
◆돈줄 되는 광물, 무기 수출길 막아

UN 안보리 회원국들이 최종 검토 중인 제재안에는 ‘새로 들어가거나’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조항들이 많다. 광물수출 금지 조항은 북한 정권의 가장 큰 자금줄을 끊기 위해 처음 포함됐다. 광물은 북한의 최대 수출품으로, 전체의 97.4%가 중국으로 수출된다.

전면 수출금지 대상은 금, 티타늄과 바나듐 광석, 그리고 희토류다. 철과 석탄에는 다소 숨통의 여지를 줬다. 두 광물에 대해서는 수출 금지를 원칙으로 하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영리활동이 아닌 주민들의 생활을 위한 경우라면 대외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군사훈련과 로켓 개발에 활용되는 에너지 공급 중단조치도 처음 들어갔다. 당초 한국과 미국은 원유도 공급 중단 대상에 포함하길 원했으나 중국이 북한 주민 생활까지 어렵게 할 수 있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원유나 등유 등 광물성 기름의 92.6%를 공급하고 있다.

◆전례없이 강하고 포괄적

포괄적 제재 방식도 많이 적용됐다. 과거에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의심이 드는 금융거래나 무역에 대해서만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이번엔 임의로 제재가 가능하게 했다. 북한행 또는 북한발 수출입 화물은 전부 검색 대상에 포함했다. 검색도 의무화했다. 불법 화물이 발견되면 화물은 압류 조치하고 안보리에 압류 사실이 보고된다. 각국은 제재안 통과 후 90일 내에 어떻게 검색의무를 이행할 것인지 안보리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수출 금지 대상도 기존엔 대량살상무기 관련 품목으로 돼 있었으나 앞으로는 리스트에 없어도 의심이 가면 제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른바 ‘캐치올(catch-all)’ 방식이다.

핵·미사일 개발과 연관돼 있는 개인과 단체 등에 대한 ‘블랙 리스트’도 늘렸다. 기존 32곳에서 이번에 29곳(개인 17명, 단체 12곳)을 추가했다. 제재 대상은 해외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끊기고, 개인은 해외 여행이나 출장이 불가능하게 된다. 입국장에서 제재 대상으로 확인되면 추방된다. 불법적인 은행거래에 연루된 북한 외교관을 강제 추방하는 조항도 새로 담겼다.

◆“사드로 제재 이행의지 압박”

관건은 회원국들의 제재 이행 의지다. 기존 네 차례 대북제재안에도 회원국들의 이행 여부를 체크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192개국 중 보고서를 쓴 나라는 99개뿐이었다. ‘칼자루’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북한 무역량의 90%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북한은 4차 핵실험 때 최대 우방국인 중국에 사전통보도 하지 않았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는 중국 특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도발을 강행했다. 중국으로서는 제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강한 제재로 북한 정권을 흔드는 것은 복잡한 동북아 정세를 감안했을 때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안보리 제재안 선에서 압박을 멈추고, 평화협정과 비핵화 동시 병행카드를 주장해 한반도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일전문가는 “UN 안보리 제재안이 나온 이상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카드 차원에서 사드 배치 문제는 미정 상태로 남겨놓는 게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UN본부=이심기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