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저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전격 회동함에 따라 북 · 미관계에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미국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억류 중인 여기자 석방을 위한 개인적인 행보로 선을 그었지만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핵문제 등에 대해서도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이번 회동을 계기로 여기자들이 석방되고 북 · 미 당국 간에 대화 국면이 시작될 경우 남북관계에도 전환의 계기가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자 곧 석방될 듯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국빈급으로 대우했다.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공항으로 내보내 영접토록 한 데 이어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찬을 베풀었다. 북한이 이처럼 클린턴 전 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한 배경에는 북 · 미 양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절박감이 배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이르면 5일 억류하고 있는 미국 여기자 2명을 석방하는 등 클린턴을 향한 선물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여기자 석방 문제는 이미 사전 물밑 접촉을 통해 가닥이 잡혔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핵협상 재개되나

여기자 석방과 함께 최대 관심사는 북핵 해법의 도출이다. 외교가에서는 클린턴의 정치적 위상 등을 감안할 때 북 · 미 간 극적인 변화의 모멘텀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5월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인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으며 오바마 미 행정부가 6자회담 틀에서의 북핵 해결 원칙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클린턴 방북이 북핵문제 해결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방북이 성사됐다는 것은 북 · 미 간 사전 접촉이 활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부시 행정부 시절 운영됐던 북핵 6자회담이 다시 가동될지,아니면 새로운 협상 틀이 출현할지는 향후 북 · 미 간 협의 과정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여기자 석방을 위한 개인적 활동"이라고 밝혔다.

◆김정일 메시지는

재임 때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적극 나섰던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 김 위원장이 '중대한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전문가들은 "클린턴이 북핵 갈등 해소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김 위원장도 북핵문제에 대한 중대한 제안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