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려한 웅변가라는 명성을 갖고 있고 취임 연설은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역사적인 측면과 경제.외교적 위기 상황 속에서 수많은 시민과 청중들에게 감동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2일 미 역대 대통령의 취임 연설 사례를 제시하며 전반적으로 진보돼 왔지만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내용이 천차만별이고 수사학적인 측면 등에서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1789년 4월 30일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취임 연설은 당시 뉴욕에 위치한 미 상원 의사당에서 진행됐는데 내용이 너무 진부하고 관념적인 데다 청중은 고작 200명에 불과해 별다른 흥미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워싱턴 전대통령은 `황제 대관식'을 연상시킬 수 있는 검정색 벨벳류의 최고급 의상을 주문, 취임 선서장에 임하려 했으나 대통령 취임식에 걸맞지 않다고 느낀 듯 막판에 포기했으며 취임식이 너무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연설문은 틀에 박히고 문어적인 표현이 주류를 이뤘다.

뉴스위크는 역대 미 대통령의 취임 연설 중 가장 최악으로 꼽히는 사례로 윌리엄 헨리 해리슨(9대), 밀러드 필모어(13대)와 프랭클린 피어스(14대), 제임스 뷰캐넌(15대) 전대통령을 꼽았다.

밀러드 필모어나 프랭클린 피어스, 제임스 뷰캐넌 전대통령 등의 취임 연설은 당시 사회의 최고 이슈였던 노예제 문제 등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채 청중들의 판단을 오히려 흐리게 만들어 `꼴찌' 수준을 면치 못했다.

윌리엄 해리슨 전대통령은 매우 애매모호하고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썼고 미 역사상 가장 길고 지루한 취임 연설로 최악의 평가를 받을만 하다.

반면 미 역대 최고의 취임 연설자로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대통령이 꼽힌다.

남북 전쟁의 시대 상황을 반영한 듯 연설문 자체가 매우 시적이고 역사적인 감동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존 F. 케네디 전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1961년 취임 연설이 `최고의 대열'에 들고 있다.

`국가가 뭘 해줄 것인지 요구하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뭘 할 것인지 물어보라'는 유명한 문구 등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미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박학다식한 인사로 꼽히는 존 퀸시 애덤스 전대통령(6대)의 1825년 취임 연설은 고대 로마의 전설적인 웅변가인 키케로의 문구와 리듬을 원용한 역작으로 평가된다.

미 독립선언문을 쓴 시인이기도 한 토머스 제퍼슨 전대통령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대통령의 첫 취임 연설은 국가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의지를 적절하게 잘 표현했다.

뉴스위크는 "명연설자로 꼽힌 미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업무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대통령의 연설은 위기일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