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선거자금 개혁법안의핵심 규제대상인 소프트 머니(정당헌금)로 거액을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9일 당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한 기부자가 민주당의워싱턴 DC 당사 신축기금으로 수백만달러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런 사실이 다음달 공개될 정치자금 관련 연방보고서에서 확인되면 주요 정당들이 지난 10년간 받은 헌금으로는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테리 매콜리프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은 보고서가 곧 공표될 것이라는 이유로 기부자 이름과 정확한 액수를 밝히길 거부했다. 그러나 당 관계자들은 총 3천200만달러 규모의 당사 건립비중 일부인 이번 기부금이 기록을 세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92년 이래 전국 정당에 대한 최대 단일 기부금은 94년 10월 다단계판매회사인 암웨이가 공화당에 준 170만달러이며 민주당은 당사 신축기금으로 작년말 두차례에 걸쳐 100만달러씩 받은 적이 있다. 연방선거위원회(FEC)의 자료에 따르면 공화당은 작년에 1억달러의 소프트 머니를 모았는데 이는 99년보다 67%, 97년보다 149% 증가한 수치다. 민주당은 99년 대비26%, 97년 대비 두배 증가한 6천800만달러를 소프트 머니로 받았다. 신문은 당사 건립기금 세부내역이 미 의회,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큰 돈'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액수 제한이 없는 소프트 머니를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시점에서 불거졌다며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당사건립비 모금이 그들의 신뢰성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케빈 셰리던 공화당전국위원회(RNC) 대변인은 "우리는 그것(선거자금개혁)이 위선임을 보고 있다"며 "그들은 소프트 머니의 정복자로서 항구적인 위선의 기념물을만들기 위해 모든 거액 기부자들과 기업들을 갈취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매콜리프 의장은 공화당 당사 수준의 사무실 공간과 컴퓨터 등 당 운영에 필요한 첨단시설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새 당사가 소액 모금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자원을 제공하기 때문에 법안 취지에도 맞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민주당은 의사당과 가까운 곳에 약 2천700평(현재 당사는 약 1천500여평) 규모의 새 당사를 내년 말까지 지을 예정으로 공사비 2천300만달러의 대부분을 모금하고내부시설을 위한 900만달러를 추가로 거두고 있다. 톰 대슐 상원 민주당 지도자와 리처드 게파트 하원 민주당 지도자, 빌 클린턴전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상원의원 등 당 수뇌부도 당사건립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 양당은 의회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부터 소프트 머니를 규제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소프트 머니 모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원은 18일부터 하원이 지난달 240 대 189표로 가결한 선거자금 개혁법안 심의에 착수, 이르면 금주중 표결할 예정이다. 법안은 정당의 주요 선거운동 자금원인 소프트 머니를 전국 정당인 경우 전면금지하고 주(州)정당인 경우 1만달러로 제한하며 개인의 하드 머니(후보 개인에 대한기부금)를 상원의원과 대통령후보인 경우 2천달러, 하원의원 후보인 경우 1천달러로제한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상원은 작년 4월 59대 41표로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으나 하원이 최근통과시킨 법안이 수정안이기 때문에 다시 표결해야 한다. 별 이변이 없는 한 개혁법안은 상원을 통과한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서명을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 선거사상 30년만에 획기적인 선거법이탄생하게 된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