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사태에다 중동지역 긴장까지 겹쳐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조만간 폭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과거 고유가시대가 끝난 후 유가가 폭락했던 사례가 종종 있어 이같은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런던에 있는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는 18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에 수출물량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유가가 내년 하반기에는 배럴당 1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CGES는 월간 보고서를 통해 현재 유가는 난방유 재고가 바닥나 오르고 있으나 겨울이 끝나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원유재고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OPEC가 내년 중 연평균 배럴당 24.30달러(브렌트유 기준)의 유가를 유지하려면 내년 2·4분기부터 하루 산유량을 1백80만배럴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도 최근호에서 ''OPEC와 파멸의 그림자''라는 칼럼을 통해 현재와 같은 고유가는 OPEC에도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유가가 머지않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 방지를 위해 각국은 석유수요를 억제할 것이고 이는 곧 유가급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OPEC 회원국들간의 눈속임 증산으로 인해 OPEC 카르텔은 곧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1,2차 오일쇼크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었고 현재 CGES 회장인 야마니도 최근 "OPEC는 고유가로 인한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유가가 올 겨울까지는 오르겠지만 2001년 이후에는 수요감소로 장기적으로 하락세를 면키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예측처럼 실제 국제유가는 과거 몇 차례 급등한 뒤 폭락세를 보였다.

79∼80년 2차 오일쇼크 당시 40달러 안팎이던 유가는 81년말부터 떨어지기 시작,86년에는 산유국간 시장쟁탈전으로 배럴당 1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90년 걸프전때도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선 유가는 91년 봄부터 내림세로 돌아선 후 94년에는 수요감소로 12∼13달러로 하락했다.

그 후 96년 겨울에는 이상한파로 24달러까지 급등했지만 98년 다시 10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이와관련,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누아이미 석유장관도 고유가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보다 많은 원유가 시장에 공급돼 조만간 유가가 적정수준인 25달러내외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