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국의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지면서 사회 불안이
통제불능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살인적인 경제난으로 인해 서민가계가 파탄상태에 빠지면서 인도네시아에선
상점 약탈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외환 금융위기에 수하르토 대통령의 30년장기집권으로 인한
정국불안까지 가세해 동남아에서 사회적인 동요가 가장 심한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새해들어 국가부도설에 놀란 시민들이 한차례 식료품 사재기 소동을
벌인데 이어 지난주엔 가격 인상에 화가 난 주민들이 상점을 습격해 물건을
빼앗는 사건이 생겨났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의 유력지인 콤파스지에 따르면 자바섬의 스로노지역에서
지난주 1백여명의 주민들이 상점을 습격해 상품을 약탈하자 경찰과 군대가
출동했다고.

또 자바 동부에서는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슈퍼마켓 건물에 불을
지르는 방화사건도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경찰과 군부대는 주민 폭동에 대비해 비상경계를 펴고 있는
실정이다.

치안당국자들은 인도네시아에선 중국인 상점이 주로 습격 표적이 되고
있어 화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혼란속에서 가정주부가 트럭운전사인 남편의 실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회면 기사까지 나와 인도네시아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2억2백만명)가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실업자수가
금년말까지 6백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MF협약조건으로 대형 건설공사가 중지되고 부도기업이 잇따르고 있어
사회 불안 요인인 실업난은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태국의 경우 노동단체들은 경제난으로 1백만개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태국에서는 IMF협약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고조되고 있고 특히
반미감정이 싹트고 있다.

태국인들은 미국 정부가 태국의 경제구제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비난하고
있다.

추안 릭파이 태국총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국민 설득 작업을
벌이는 실정이다.

추안 총리는 18일자 네이션지와의 회견을 통해 "미국이 당연히 도와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태국인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태국사회의 반미 감정을 누그러뜨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선 기업 및 개인 파산건수가 지난해에 이미 전년대비 14배나
급증했다는 통계가 발표돼 국민들을 더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주가폭락과 여신중단 등으로 기업부도가 다발하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구책으로 1백만명에 이르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추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샤르드 쿠탄같은 인권운동가는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요사태가
우려된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꺼낼 정도로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

<양홍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