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대선에서 승리한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 당선인이 5일(현지시간)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파나마 대선에서 승리한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 당선인이 5일(현지시간)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파나마 대선에서 경제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중도우파 호세 라울 물리노 후보가 당선됐다. 부통령 후보로 나섰다가 대선 후보를 승계받은지 불과 석 달만이다.

파나마 선거재판소(TE)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저녁 개표가 92% 이상 진행된 가운데 중도우파 목표실현당(RM)의 물리노 후보가 35% 이상을 득표해 당선을 확정 지었다. 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건 중도파 리카르도 롬바나 후보가 25%대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중도좌파 여당 소속 후보의 득표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치안부·법무부·외교부 장관 등을 역임한 물리노 당선인은 오는 7월 취임한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물리노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우여곡절 끝에 당선됐다. 당초 목표실현당은 2009~2014년 재임한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은 처음에 자신의 부인을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가 철회하고 물리노 당선인을 지명했다. 하지만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재임 시절 국가 예산 전용 및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으며 대선 후보 자격을 상실했고, 물리노가 대통령 후보직을 이어받았다. 물리노 당선인은 이 과정에서 후보 자격 시비에 휘말리며 선거 이틀 전에야 대법원으로부터 대선 후보 자격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의 정책은 상당 부분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물리노 당선인은 이날 투표 직후 주파나마 니카라과 대사관에 망명 중인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을 찾아가 정국 운영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철도 건설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로 일자리를 창출했다. 친미(親美) 외교 기조를 토대로 기업 친화적인 시장 개방에 나서기도 했다. 파나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물리노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이후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업체들의 현지 진출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파나마 건설회의소(CAPAC)에 따르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하던 건설 분야는 코로나19 기간 10%대 초반으로 추락하며 침체됐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는 현대건설이 2020년 25억 달러(당시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지하철 3호선 건설 사업(총연장 26.7㎞)을 수주하기도 했다.

중남미 지역의 ‘핑크타이드’(좌파 물결)도 더욱 힘을 잃을 전망이다. 중남미에서는 2018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브라질 과테말라 등에서 잇따라 중도좌파 정당이 집권했지만, 최근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엘살바도르에 이어 파나마에서까지 우파 후보가 대선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물리노 당선인도 이번 대선 공약으로 지난해 미국행 이민자 50여만명 이상이 통과한 정글 지역 국경을 폐쇄하고, 이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범죄자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