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670선에서 새해를 맞았던 코스닥지수가 전일인 3일 종가 기준 854선까지 치솟았다. 3개월 사이 앞자리 숫자를 두 번이나 바꾼 것인데, 발 빠른 투자자들은 벌써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상품으로 자금을 밀어넣고 있다. 지금을 과열 상태라 판단하고 조정국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3월 27일~4월 3일)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상위 3개는 전부 지수 방향을 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개인들은 국내 ETF 상품 690개 중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를 가장 많이 샀다. 해당 기간 개인 누적 순매수액은 1276억원을 웃돌았다.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는 기초지수인 코스닥150 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으로 1배 추적하는 ETF다. 코스닥지수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내는 구조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으로 2배 따라가는, 이른바 곱버스 상품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도 1113억원이 넘는 개인 투자자금이 몰렸다. 단기 과열 우려가 코스피지수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 번째로 개인 순매수액이 높은 것은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로, 223억원가량이 쏠렸다.
최근 일주일간 ETF 시장 내 개인투자자 누적 순매수 상위 10종. (단위: 천원) 자료=한국거래소
최근 일주일간 ETF 시장 내 개인투자자 누적 순매수 상위 10종. (단위: 천원) 자료=한국거래소
아직 증시가 우상향하고 있는 만큼, 이들 상품의 지난 일주일간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3.96%), KODEX 200선물인버스2X(-4.86%),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3.96%) 등 3~4%대 약세를 기록 중이다.

단기 손실을 감안하고서라도 최근 개인들의 돈이 인버스나 곱버스 상품에 쏠리는 것은 조정이 다가왔다고 판단한 영향으로 보인다. 시장이 짧은 기간 가파르게 급등하면 차익실현 매물과 경계 매물 등으로 인해 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지수는 각종 테마 업종의 활약에 힘입어 올 들어 전일까지 25.9% 뛰었다. 무엇보다도 지수 급등을 이끈 것은 2차전지주다. 2차전지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이 시가총액을 작년 말 대비 2배 넘게 불리면서 코스닥 '대장주'에 올랐고, 에코프로와 엘앤에프도 10조원대 시총을 형성하며 2위와 3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실제 코스닥지수의 움직임이 시총 상위 1~3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엘앤에프에 좌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수가 2차전지 업종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 현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이 증권가에서도 나온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주 3종목은 코스닥지수 방향성에 30% 넘는 영향을 미치고 있어, 사실상 2차전지가 시장을 지배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2차전지의 조정이 발생할 경우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증시 전체의 투자심리 악화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투자 시 기민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장은 "개별종목 호재부터 시작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법안 불확실성 해소까지 호재성 재료는 대부분 나온 상태이고, 이젠 그간의 상승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며 "일단 개인들은 지수가 단기 고점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