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혹한기에 단행된 모태펀드 예산 축소가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한파'로 불어닥치고 있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 모태펀드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민간이 지갑을 닫고 있어서다. 모태펀드 예산 축소로 민간의 출자 비율은 감소하고 되레 모태펀드의 출자 비율만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벤처투자는 12일 '모태펀드 2023년 1차 정시 출자 공고'를 통해, 모태펀드가 1835억원을 출자해 약 2800억원 규모 벤처펀드를 신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1차 정시 출자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모태조합 출자 사업예산으로 올해 총예산액 3135억원 중 1835억원을 출자한다. 나머지 1300억원은 상반기에 추가 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모태펀드 출자비율 28%→56%로 증가


중기부는 민간 주도 벤처투자로 전환한다는 방침에 따라 올해 모태펀드 예산을 지난해(5200억원) 대비 40% 대폭 줄였다. 1조700억원에 달했던 2021년과 비교하면 3분의 1로 급감했다.

하지만, 모태펀드가 축소하자 민간 출자 비율이 감소하고 오히려 정부 예산 출자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출자사업은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지역혁신 벤처펀드(모펀드) 330억원과 글로벌 펀드(모펀드) 235억원을 제외하면, 모태펀드의 최대 출자 비율이 56.8%에 이른다. 1270억원을 모태펀드가 출자하고 민간 자금을 모집해 총 2235억원 규모 벤처펀드를 결성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1차 정시 출자 공고 때는 모태펀드가 3700억원을 출자해 총 1조원 규모 벤처펀드를 결성하는 게 목표였다. 모태펀드가 목표로 잡은 최대 출자 비율은 37%였다. 결과적으로 민간 자금이 더 많이 모여 총 결성액이 1조3181억원에 이르면서 모태펀드의 출자 비율은 28%에 그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벤처 마중물 '공백'.. 정책마련 시급


벤처캐파털(VC) 업계에서도 모태펀드 예산 공백의 여파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실시한 VC 대상 설문조사에서 박하진 HB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는 "투자 혹한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모태펀드 정책자금을 다시 확대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과 김도한 CJ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민간 모태펀드가 조속히 도입돼 벤처 자금 마중물을 채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규 다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민간과 일반 기업자금을 벤처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세금 우대 등 당근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형 VC 루키리그에 '관심'


이번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 분야는 △청년창업 부분 일반 130억원 및 루키 200억원 △여성기업 130억원 △재도약 160억원 △소재부품장비 300억원 △M&A 350억원 등 1270억원이다.
모태펀드 축소 '부메랑'…민간 비중 줄고 정부 출자비율 2배로 [허란의 VC 투자노트]
청년들의 창업을 뒷받침하는 '청년창업펀드'에 330억원을 출자하는데 이 중 200억원은 최근 펀드 결성이 더욱 어려워진 중소형 운용사를 대상 '루키 리그'로 출자한다. 신청 대상은 등록 3년 이내이면서 운용 중인 펀드 약정 총액이 500억원 미만인 창업투자회사, 유한회사・유한책임회사다.

사업재편・사업전환 승인기업 및 폐업 사업주 등이 재창업한 기업에 투자하는 '재도약펀드'도 160억원을 출자한다. 또 중소·창업·벤처기업의 M&A 및 중간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350억원을 출자하여 700억원 규모의 'M&A펀드'를 조성하고, 소재부품장비 중소·벤처기업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소재부품장비펀드'에는 300억원을 출자하여 5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한국벤처투자는 오는 16일 오전 10시부터 31일 오후 2시까지 온라인으로 제안서를 받는다. 1차 심의(서류 심사 및 현장 실사)와 2차 심의(운용사 제안서 PT)를 거쳐 3월에 최종 선정 결과를 공지할 계획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