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금 투자 고수들은 나스닥100, S&P500 등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많이 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수익률 상위 10% 고객이 많이 투자한 종목 순위(작년 말 기준)에서 ‘TIGER 미국나스닥100’과 ‘TIGER 미국S&P500’ ETF가 1,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기 때문에 대표지수에 투자하면 좋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다르다. 시총 상위 기업이 오랜 기간 주가가 오를 것이란 보장이 없다. 연금 투자 고수들이 국내 증시 투자를 꺼리는 까닭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8일 출시한 ‘TIGER KEDI혁신기업ESG30 ETF’ 등이 국내 투자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금으로 ETF에 투자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은행에 퇴직연금 맡긴 金대리…이젠 ETF도 살 수 있다

DB형, 보험사는 ETF 매매 불가능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TIGER KEDI30 ETF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 30곳만 추려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적립식에 알맞은 상품”이라며 “단기 수익률에 집착할 필요 없는 퇴직연금으로 나스닥100 ETF, S&P500 ETF처럼 조금씩 꾸준히 매입하기에 좋다”고 소개했다.

퇴직연금에는 확정기여(DC)형, 확정급여(DB)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세 종류가 있다. ETF 매매가 가능한 것은 DC형과 IRP다. DC형과 IRP라도 계좌가 증권사나 은행에 있어야 한다. 보험사 계좌로는 ETF 매매가 불가능하다.

퇴직연금 계좌가 증권사에 있는 경우 모바일 앱, 인터넷 홈페이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ETF를 매매할 수 있다. 앱을 예로 들면 로그인 후 퇴직연금 계좌를 클릭하거나 메뉴 중 ‘퇴직연금 매매’를 고르면 된다.

어느 ETF를 살지 검색도 가능하다. 가령 TIGER KEDI30 ETF가 사고 싶다면 ‘TIGER KEDI 혁신기업ESG30’이라고 치거나 종목 코드 ‘417630’을 입력하면 된다. 퇴직연금 계좌에 있는 돈이 모두 저축성 예금이나 펀드에 들어 있다면 이를 일부 해지해야 ETF를 매입할 수 있다. 해지 후 곧바로 ETF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저축성 예금은 1~2영업일, 국내 펀드는 4~5영업일, 해외 펀드는 5~9영업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은행은 신탁 방식으로 거래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퇴직연금으로 ETF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ETF ‘실시간 매매’가 불가능하다. 은행들은 신탁 계약을 맺고 고객의 주문을 받아 당일 또는 그다음 영업일에 대신 매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하루 늦게 거래가 체결(지연 매매)되는 만큼 정확하게 원하는 가격에 사고팔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대신 ETF 투자 수수료가 면제되고, 환율 우대·자산관리 컨설팅 등 은행별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다.

신한·국민·우리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는 각 은행 앱이나 인터넷뱅킹의 ‘퇴직연금 계좌 관리’ 메뉴에서 ETF 매매를 할 수 있다. ETF 매수 주문 이전에 현금을 미리 확보해 대기자산 계정(고유계정대·ETF 대기자금)에 옮겨놔야 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10분까지 ETF 대기자금으로 넣어둔 돈에 대해서만 당일 매매가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입금 시간에는 제한이 없지만 오전 9시~오후 3시 동안의 주문만 당일 매매 처리가 되며 오후 3~10시에 주문하면 다음 영업일에 체결된다.

하나은행에서는 퇴직연금 ETF도 예금·펀드 등 다른 상품과 똑같은 방식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가입자는 대기자산 계정에 따로 돈을 옮겨둘 필요 없이 바로 ETF 매매 주문을 넣을 수 있다.

이태훈/빈난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