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시장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부상했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추진하고, ESG 경영이 글로벌 산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탄소배출권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는 설명이다. 탄소배출권을 기반으로 하는 상징지수펀드(ETF)도 지난 6개월 동안 35%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8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 5일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은 사상 최고가인 t당 37.97달러에 거래됐다. 유럽연합은 전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탄소배출권 가격은 32.8% 상승했다. 올 들어서도 타 위험자산이 횡보하는 가운데 13%대의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탄소배출권의 가치 급등에는 친환경 투자에 대한 관심 확대 및 유럽연합발 규제강화, 그리고 이에 따른 금융자본의 유입이 있다.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프로그램의 4단계에 진입해 배출 총량을 제한하고, 기업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유상 할당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배출 감소를 주요 국정과제로 결정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세계 탄소배출권 수요는 추가적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익률이 급등하자 금융자본의 유입도 본격화됐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으로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전세계 투자기금은 230여개로, 2019년 말 140개에서 64% 늘었다.

국내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주관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존재하지만, 아직 개인투자자에게 개방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미 상장 탄소배출권 ETF를 추천한다. 관련 펀드 가운데 최대 규모 상품으로는 'KFA 글로벌 탄소 ETF(티커명 KRBN)'이 있다. 작년 7월 상장된 이 ETF는 유럽과 미국 북동부, 캘리포니아 탄소배출권 시장의 선물지수를 추종하되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매니저가 포트폴리오 결정을 직접 내리는 액티브 ETF다. 상장 후 수익률이 39.51%에 달한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KRBN은 원자재 ETF이기 때문에 매년 진행되는 월물 교체와 이로 인한 비용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부터 본격 적용되는 파리기후협약과 세계 각국이 도입하고 있는 탄소 중립에 힘입어 탄소배출권은 중요한 투자자산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