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성과보상 탐욕이 라임사태 비극 불러"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개인 중심으로 설계된 성과보상 시스템이 내부통제를 무너뜨린 전형적인 예다.”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사진)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투자업계 성과보상 시스템은 지나치게 개인 위주여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탐욕에 무너지기 쉽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한국 금융회사 지배구조론》이라는 책을 펴냈다.

정 부회장은 감독당국과 업계를 두루 경험한 인물로 손꼽힌다. 1978년 한국은행에 들어갔고, 은행감독원을 거쳐 금융감독원에서 증권·은행감독국장과 뉴욕사무소장을 지냈다. 2006년 신한금융투자 상근감사를 시작으로 스마트저축은행장, 아이엠투자증권 부회장, 현대증권(현 KB증권) 감사위원 등을 거쳤다.

정 부회장은 “금융사 지배구조의 핵심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표현되는 경영진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준법감시인 등 내부통제 장치를 얼마나 잘 마련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라임 사태에 대해선 “라임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이종필 전 부사장이 기형적인 구조의 펀드 상품을 설계하고 사기·횡령 등 전횡을 마음 놓고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내부통제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과평가 및 보상과 관련해 조직 전체보다는 개인별·부서별 실적을 우선시하는 금융투자업계 풍토도 내부통제를 무력화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라임펀드 판매사인 신한금투 우리은행 등은 상품 심의를 진행하고도 펀드가 지닌 문제점을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며 “심의위원이 제동을 걸면 상품 판매 담당자나 부서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받아들여 생기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감독당국엔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사전 감독이 쉽지 않더라도 수천 명의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대형 사건이 터진 것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다시는 이렇게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망가지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