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예상대로' 급반등했습니다.

다우지수는 1,167.14포인트(4.89%) 급등했고 S&P 500 지수는 4.94%, 나스닥도 4.95% 올랐습니다. 어제까지 사상 최고치(2월19일)에서 약 19% 하락했던 주요 지수는 이날 4% 후반 반등해 15% 수준으로 낙폭을 줄였습니다. 약세장(최고치에서 20% 이상 하락) 진입을 피한 겁니다.

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여세 인하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대응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이날 공화당 상원의원 등을 만나는 등 구체적 행보에 나서면서 재정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파산 가능성이 높아진 셰일업체들을 구제하는 대책도 논의되고 있다는 설이 나돕니다.
낙폭 19%에서 반등한 뉴욕 증시…매수 타이밍일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는 바닥을 확인한 것일까요? 바닥은 아니더라도 이제 서서히 매수를 시작해야할 시점일까요?

이날 채권평가업체 모닝스타는 "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GDP에 대한 장기적 영향은 0.2%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며 "현재 시장 반응은 과잉"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증시는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지금은 하락 추세"라고 주장했습니다.

바닥이라는 쪽, 그리고 아니라는 쪽 등 양측 주장의 근거를 전달합니다.

<매수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

①기술적으로 조정장을 피했다

장 초반 945포인트까지 올랐던 다우 지수는 CNBC가 백악관 관료를 인용해 "구체적 재정 정책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보도한 뒤 급락해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잠깐 최고점에서 20% 넘게 떨어져 약세장 진입을 예감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해 각국의 부양책 논의가 구체적으로 전해지면서 시장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167포인트 상승한 채 마감됐습니다.

최고점에서 20% 이상 떨어진 후 진행되는 약세장 진입을 기술적으로 피한 겁니다.

이렇게 19%에서 낙폭을 만회하고 반등한 경우는 많았습니다. △1990년 -19.9% △1998년 -19.3% △2011년 -19.4% △2018년 -19.8% 등이 그런 예입니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1952년 이후 S&P 500 지수가 5% 이상 급락한 경우가 10차례 있었는데, 모두 그 다음날 반등했고 상승률은 평균 4.2%에 달했습니다. 이날은 4.9% 반등했습니다. 시장에 평균 이상의 매수세가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이럴 경우 6개월뒤에도 한 차례(2008년9월)만 빼면 모두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낙폭 19%에서 반등한 뉴욕 증시…매수 타이밍일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과거 조정장에 진입하면 30% 이상 조정을 받았습니다. 또 침체가 있을 때에는 37% 조정이 있었습니다.

현재 중국발 공급망 혼란에 각국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번저나가면서 외식, 여행 등 소비가 줄고 있습니다.

월가 금융사들은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번 침체는 외부적 충격에 따른 것으로 기술적 침체, 즉 2개 분기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V자, 혹은 U자 반등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습니다.

②트럼프가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과 만나 올해 급여세를 0%로 면제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감면액이 3000억달러에 달합니다. 또 유가 폭락으로 타격을 입은 셰일업체와 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 크루즈 등 여행업계에 대한 지원책도 밝혔습니다.

미 중앙은행(Fed)는 이날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시장 개입을 통해 1686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월가에선 Fed의 금리 인하 및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재정 정책으로 경제활동이 중단된 기업과 소비자들이 현금을 확보할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③러시아와 사우디 논의 개시?

이날 유가도 급반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4%(3.23달러) 상승한 34.36달러, 브렌트유(5월물)도 배럴당 11.21%(3.49달러) 오른 34.6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 국영 방송 '로시야24'와의 인터뷰에서 "(OPEC과 협상의) 문이 닫히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언급한 게 알려진 덕분입니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국의 석유 전쟁 개시에 따른 효과로 지난 9일 러시아 증시와 루블화는 각각 8% 이상 폭락했습니다. 외환위기가 우려될 만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다이아몬드백에너지, 옥시덴탈페트롤리엄 등 미국 셰일업체들은 어제부터 잇따라 감산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원유 공급을 상당폭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④중국, 한국의 코로나19 회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발원지인 우한을 찾았습니다. 이는 중국이 확실히 코로나 전염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선언처럼 보입니다.

지난주 블랙록의 마이크 파일 수석투자전략가를 만났는데, 그는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이 정말 코로나바이러스를 제압하고 회복하는 것이라면 다른 나라들의 모범사례로서 희망이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로 급감한 것도 월가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아직 바닥 아니다>

①기술적 반등 or 베어마켓 랠리

월가 관계자는 "과거 5% 이상 내린 날 다음날은 무조건 올랐다"면서 "이날 상승은 예고된 것으로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미 베어마켓에 접어들었고, 약세장에서도 베어마켓 랠리는 언제든 벌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뱅크레이트닷컴의 그레그 맥브라이드 수석재무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강하게 반등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한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이런 큰 폭의 하락과 상승을 경험하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②트럼프가 과연 제대로된 재정 정책을 취할까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전략은 "코로나는 심각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는 이번 사태가 확산되자 '민주당의 사기'라고도 불렀고, "독감에 죽는 사람이 있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사람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경기모멘텀을 죽이면 재선이 어렵다는 입장이지요.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이 폭락하니까 우선 대책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그런 정신 상태로 과연 제대로된 정책을 실시할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급여세 감세라는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습니다. 코로나 사태 해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겁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트위터에 "급여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되지 않는 급여세 감세라는 구조적 정책을 택할 이유가 없다. 단기 부양이 목적이라면 사람들 손에 직접 현금을 쥐어줘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둔화로 해고가 이어진다면 급여세 감면은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재정 정책은 의회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리더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의 사이는 최악의 상태입니다. 연두교서 때 악수를 외면한 뒤 (펠로시는 연설문을 찢고) 이들은 만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도 트위터에 "펠로시가 말하기를 '우리가 이번 주에 준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아무것도 안하는 민주당이 휴가를 간다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펠로시 설득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대신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업에 대한 추가 감세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방안이 아니다"면서 유급병가와 긴급 실업보험, 소상공인 대출과 식품지원 확대 등을 거론했습니다. 민주당 차원에서 다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③ 러시아와 사우디, 합의 쉽지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에 원유 증산을 선택한 최종 목표는 '미국 셰일업계의 전복'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동안 셰일업계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수익을 돌려받지 못해 월가가 등을 돌린 이 때가 셰일업계를 무너뜨릴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는 겁니다.
RBC의 헬리마 크로프트 상품전략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전략 목표는 자국의 에너지 산업을 지원해온 미국 행정부의 제재 정책일 수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증산을 금방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낙폭 19%에서 반등한 뉴욕 증시…매수 타이밍일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들을 잇따라 제재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국의 셰일오일 수출을 확대해왔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순수출국으로 도약했습니다.

셰일가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초대형 가스관 건설사업인 '노르스트롬2' 관련 업체들을 줄줄이 제재해 공사를 중단시켰습니다 그리고 유럽을 상대로 자국의 셰일가스 판매에 나섰습니다.

지금은 사우디와 원유 감산에 다시 합의할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우디도 즉각 감산에 동의할 게 아니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사우디는 4월 판매가를 배럴당 6~8달러 낮춰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날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2036년까지 늘릴 수 있는 개헌안을 공식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지금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닙니다.

이는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즉위를 앞두고 있습니다.

④중국 한국의 방식은 미국에 적용 불가능
낙폭 19%에서 반등한 뉴욕 증시…매수 타이밍일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중국,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은 강력한 봉쇄와 행정 덕분입니다. 그 덕분에 본격 확산 한달 반 만에 증가세를 잡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한국, 중국의 코로나 대응 방식은 효과적이긴 하지만 인권을 해칠 수 밖에 없고 인권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서구에서는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라면서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그 두 배 이상의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낙폭 19%에서 반등한 뉴욕 증시…매수 타이밍일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