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초호황을 누리던 회사채 시장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주)한진과 대한항공 등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연이어 투자수요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1년 가까이 이어진 ‘완판 행진’이 끝났다. 회사채 발행 시장에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개월 '완판 행진' 마감…비우량 회사채는 청약 미달
(주)한진과 대한항공은 최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잇달아 투자수요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주)한진은 1000억원 모집에 610억원, 대한항공은 2500억원 모집에 75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신용등급이 BBB+인 두 회사는 지난 상반기만 해도 흥행몰이를 하며 목표 금액 이상을 조달했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건 2018년 9월 두산중공업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 기간 200건에 달하는 회사채 발행이 단 한 건의 미달 사태 없이 완판됐다.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가운데 기업 신용위험은 커지자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열기가 다소 식고 있다는 평가다. 주요 BBB+ 등급 기업들의 회사채 금리는 연 3%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주)한진(연 2.917%)과 대한항공(연 2.814%)이 지난달 발행한 2년 만기 채권 금리는 연 2%대였다.

간판기업들의 신용등급마저 하향되고 있을 정도로 기업 실적이 악화되다 보니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의 평가 잣대가 깐깐해지는 모습이다. 비우량 기업의 자금줄이 서서히 막힐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대한항공의 대규모 미매각 이후 BBB급(신용등급 BBB-~BBB+) 기업의 공모 채권 발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꺾였거나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적어도 연 3%대 중반 수준의 금리를 제시해야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