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엔화 가치는 2일 한때 달러당 125엔대에 진입했다. 125엔이 깨진 것은 2002년 12월6일 이후 12년6개월 만이다.

엔화 가치는 이날 오전 11시15분께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5.07엔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22일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엔화 약세는 전날 발표된 5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엔화 매도·달러 매수 주문이 증가했다. 오후 들어선 단기 급락에 따른 경계심리가 높아지면서 낙폭을 줄여 124.5엔대에 거래됐다.

원·엔 재정환율(외환은행 최종 고시 기준)은 이날 100엔당 892원49전으로 마감했다. 2008년 2월28일(100엔당 880원75전) 후 약 7년3개월 만의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은 2원20전 올랐지만(원화 가치 하락),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더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로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엔화는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 원·엔 재정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