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서울 강남구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강남'을 연다.  정식 오픈을 하루 앞둔 28일 '삼성 강남'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서울 강남구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강남'을 연다. 정식 오픈을 하루 앞둔 28일 '삼성 강남'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이 기술을 빼가는 중국 정보기술(IT)업체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와 글로벌 소송전에 나선 것이다. BOE가 아이폰 화면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특허를 몰래 베낀 데 대해 참다못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26일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중국 BOE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사가 개발한 아이폰12 OLED 디스플레이 특허 5종을 BOE가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봤다. 침해된 기술 5종 가운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특허인 ‘다이아몬드 픽셀’ 등도 포함됐다. OLED 패널의 그래픽 선명도를 높이고 날카롭고 복잡한 라인 등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의 아이폰 사설 수리업체에서 시작됐다. 사설 수리업체들은 부서진 아이폰 화면 패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 OLED 패널 정품과 중국산 가짜 제품을 사용했다. 이들 업체에 아이폰12 수리를 맡긴 고객들은 두 제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산 가짜 제품 패널이 자사의 기술 4개를 고스란히 베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만 베껴라" 결국 폭발한 삼성…中과 글로벌 소송전 나선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이들 가짜 제품 패널을 공급한 모바일센트릭스와 인저드가젯, DFW, 셀폰&파츠 등 미국 부품도매업체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BOE가 이들 업체에 가짜 제품 패널을 제공한 업체로 지목됐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BOE는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중국법인, 삼성전자 중국법인을 중국 충칭 제1중급인민법원에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외려 자신들의 OLED 패널 기술을 베꼈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적반하장식 태도"라며 결국 맞소송에 나섰다.

이번 소송전은 삼성과 중국의 OLED 기술 전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4년부터 17년 동안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유지한 한국은 LCD(액정표시장치) 부문에서 중국발 저가 제품에 밀리며 2021년 1위 자리에서 밀렸다. LCD 사업을 줄이거나 접고 OLED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은 한국 81.3%, 중국 17.9%로 나타났다.

하지만 OLED 사업에서도 후발주자인 중국이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덩달아 한국과 중국 업체들의 신경전도 격화되는 중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