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가계빚이 200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21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고금리, 고물가에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여파로 가계가 대출을 줄이고 지갑을 닫은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3조7000억원(0.7%) 줄었다. 작년 4분기 3조60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두 분기 연속 가계빚이 줄었다. 분기 감소폭으로는 2002년 4분기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다. 작년 1분기(1862조9000억원)와 비교해도 9조원 줄었다. 가계신용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잔액은 1분기 말 1739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조3000억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이 5조3000억원 증가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15조6000억원 줄었다. 신용카드 사용 등 판매신용은 114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4000억원 감소했다. 판매신용이 축소된 것은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감한 2020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처음이다.

박창현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고금리에 가계대출이 감소하고,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 등의 영향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줄어들면서 판매신용도 줄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