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사진=AFP
일론 머스크 /사진=AFP
세아그룹이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로켓·위성용 특수합금을 공급한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사진)가 세운 스페이스X와 제품 납품 계약을 맺는 첫 번째 한국 기업이 될 전망이다.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스페이스X와 거래 물꼬를 트면 한국 항공·우주 기술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스페이스X, 세아 등 韓 기업과 접촉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아그룹의 특수강 계열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은 스페이스X와 특수합금 공급 계약을 맺기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두 회사는 계약 규모와 기간, 기타 조건을 교섭하고 있다. 연내 공급 계약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업계는 계약기간을 3~5년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납품할 제품은 세아창원특수강이 생산하는 니켈·크롬·티타늄 등의 합금이다. 스페이스X 로켓과 위성 엔진 등에 쓰일 전망이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가 2002년 세운 우주 탐사 기업이다. 우주 로켓·화물선, 위성 인터넷을 생산하면서 화성 식민지화와 우주여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최근 1250억달러(약 163조원)로 평가받았다.

최근에는 4만2000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해 전세계에 위성 인터넷을 보급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위성을 상당수 띄우는 만큼 소재 공급망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제품이 이 위성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이스X는 세아창원특수강을 비롯한 국내 소재 업체들을 두루 접촉하면서 소재 조달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는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기준과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글로벌 업체를 대상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2016년에 탄소섬유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도레이와 3조원 규모의 탄소섬유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항공기부품업체인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가 2016년 인수한 미국 캘리포니아메탈도 스페이스X에 납품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이 공급계약을 맺으면 국내서 생산한 제품을 스페이스X에 납품한 최초의 한국 기업이 될 전망이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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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창원특수강 기술 역량 부각

스페이스X와 제품 공급을 교섭하는 세아창원특수강은 세아그룹 중간지주사인 세아베스틸지주의 100% 자회사다. 세아베스틸지주와 모회사인 세아홀딩스는 그룹 장손이자 고(故) 이운형 선대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사장이 이끌고 있다. 세아그룹은 2015년 세아창원특수강(옛 포스코특수강)을 포스코로부터 인수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탄소합금 특수강(철강에 탄소 함유량을 높인 고탄소강)과 여러 합금원소를 넣은 합금강을 생산하는 업체다. 일반 철강업체들과는 달리 다품종소량생산을 한다. 이 회사는 항공·우주용 합금 제품 개발에 상당한 역량을 확보했다. 니켈과 크롬, 티타늄 등을 섞은 이 회사 특수합금은 650℃가 넘는 고온도 견디고 녹이 슬지 않는 특성인 내식성도 갖췄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손잡고 항공기 소재로 쓰는 알루미늄·티타늄 합금을 개발 중이다. 2030년까지 KAI가 전량 수입하는 항공기 소재 900개를 개발할 계획이다. 여기에 스페이스X와의 공급 계약이 구체화하면 이 회사의 제품 위상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항공·우주 소재사로서의 입지도 부각될 전망이다.

김익환/김형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