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8.7%, 영업이익은 58.0% 늘었다. 국내 판매가 지난해보다 9.2% 줄었지만 인도 등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서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현대차 인도공장 직원들이 완성차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8.7%, 영업이익은 58.0% 늘었다. 국내 판매가 지난해보다 9.2% 줄었지만 인도 등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서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현대차 인도공장 직원들이 완성차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한국은 이미 인구 한 명당 스마트폰 한 대, 인구 두 명당 자동차 한 대를 보유한 나라다. 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든 것까지 감안하면 스마트폰, 자동차 등 소비재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로 올해 현대자동차·기아의 국내 판매 대수(약 129만 대 목표)는 20년 전인 2002년(약 122만 대)과 비슷한 수준이다.

해외 시장은 확실히 다르다. 인구가 많거나 자동차 보유율이 낮은 국가를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해외 판매 대수는 2002년 약 151만 대에서 올해 약 618만 대(목표)로 20년 새 네 배가량 늘었다. 인건비, 물류비에 강화되는 무역장벽까지 감안하면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것보다 수요가 높은 지역에 직접 진출해 ‘리저널(지역)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 낫다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다.

○자동차·스마트폰 해외 생산 박차

'인구감소'에 내수 성장 한계…"한국시장만 보고선 기업 못합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 비중은 지난해 39%로,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2001년 96%에 달했던 국내 생산 비중은 2012년 49%로, 해외 생산에 처음으로 역전된 데 이어 작년에는 40% 선마저 밑돌았다. 그만큼 해외 생산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 인구가 1억~3억 명에 달하는 국가에 직접 진출해 생산기지를 세웠다. 지난 3월에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2025년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베트남 박닌성·타이응우옌성 스마트폰 공장은 삼성전자가 1년에 생산하는 약 3억 대의 스마트폰 중 50% 이상을 생산한다. 경북 구미 공장을 앞서는 최대 생산기지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판매된다.

○식품·통신 “내수 머물면 생존 위기”

내수산업으로 여겨졌던 식품업계도 해외 사업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제과, 라면, 냉동 제품 등 가공식품 주요 소비자층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내수만으로는 생존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부터 베트남 키즈나 공장을 가동했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 명에 달하는 데다 평균 연령이 32.5세에 불과한 ‘젊은 나라’다. 키즈나 공장은 비비고 만두, 햇반 등 글로벌 전략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에 수출한다. 오리온은 일찌감치 해외 생산 체제를 갖췄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에 공장을 짓고 현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최근 북미 시장도 잇따라 공략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제2 공장을 조성했다. 라면 해외 매출 비중을 기존 30%에서 2025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전통적 내수업체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해외 사업을 찾아 나섰다. 국내 ‘인구절벽’ 탓에 기존 주요 수익원인 통신서비스 가입자 수가 더 이상 늘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플랫폼·콘텐츠 신사업을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연내 유럽, 북미 등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KT는 연내 베트남에서 원격진료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K팝 아이돌 전문 미디어 서비스 ‘아이돌플러스’를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할 방침이다.

○스타트업 90% “해외 진출 고려”

스타트업은 내수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아예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모습도 나타난다. ‘제2의 쿠팡’으로 불리는 에듀테크 기업 뤼이드는 미국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비건화장품 스타트업 멜릭서는 이미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고, 코딩교육 스타트업 멋쟁이사자처럼은 지난해 말 미국으로 이전했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국내 시장보다 역동적인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투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해외법인을 세우거나 현지 업체를 인수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웨딩 스타트업 웨딩북은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 가구 플랫폼 힙밴을 인수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창업하는 스타트업도 많다. 임새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글로벌 팀장은 “요즘엔 창업할 때부터 해외에 높은 비중을 두고 직원도 해외에서 뽑는 곳이 늘고 있다”며 “인구가 늘어나는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김일규/고은이/선한결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