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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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간 수십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군인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이 국고채 이자율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덜 내고 더 받는' 연금구조로 인해 매년 수조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충당할 기금운용마저 실패하면서 미래세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인연금 수익률, 사실상 마이너스

12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4대 공적연금 기금운용 평가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군인연금의 지난 5년간 연평균 기금운용 수익률은 2.96%에 그쳤다. 이 기간 군인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분야별 시장 기준 수익률은 3.12%였다. 기준수익률 대비 초과수익률은 -0.17%로 사실상 손해를 봤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은 7.63%, 공무원연금은 7.35%,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은 7.19%의 수익을 냈다. 초과수익률은 각각 0.35%, 1.06%, 1.09%로 시장의 평균적인 수익률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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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연금의 지난 10년간 수익률은 국고채 수익률로 주로 측정하는 무위험이자율보다도 낮았다. 2012~2021년 10년 기간 동안 3년 연평균 샤프비율(위험 1단위당 무위험이자율 초과달성한 수익률)이 -0.2%를 기록했다. 지난 2007~2008년 대체자산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이 2018년 회수 불가능판정을 받기까지 수익률이 저조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은 샤프비율이 0.49%를 기록했다. 공무원연금이 0.18%, 사학연금은 0.23%였다.

◆국방부 과장이 CIO?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데에는 군인연금이 마땅한 투자 전문가 없이 공무원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이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금운용을 위한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고, 기금운용본부(국민연금), 자금운용단(공무원연금) 등 별도의 전담 조직을 두고 있는 다른 연기금과 달리 군인연금은 전담조직 없이 국방부에서 기금운용을 담당한다. 인원도 턱없이 적다. 국방부 군인연금과장 밑에 자금운용, 위험관리, 성과평가 등 각 분야 1명씩 총 4명이 대부분 업무를 처리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는 별도의 최고 투자책임자(CIO)가 있지만 군인연금은 군인연금과장이 사실상 그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마저도 전문자격증이 있는 것은 한명 뿐이다. 400여명이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국민연금을 제쳐두더라도 전문가 비중이 각각 76.5%(26명), 83.0%(39명)인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에 비해 비중이 낮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군인연금의 자산구성도 다른 연기금과 큰 차이가 나고 있다. 작년말 기준 군인연금은 채권에 62.4%를 투자했다. 주식 비중은 15.4%에 불과했다. 주식 비중이 40%대인 국민연금과 사학연금과 상이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예정처는 "군인연금은 매우 부실한 기금운용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하며, "자산운용 관련 전담인력의 전문성을 보강하고, 단기 자산의 목표 수익률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등 수익률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적자보전 위해 내년 3조원 투입

군인연금 기금의 수익률 제고가 필요한 이유는 군인연금이 매년 막대한 적자를 내 대부분을 국민세금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군인연금은 내년 정부에서 3조1017억원의 재정지원을 받는다. 3조9193억원에 이르는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기금운용 수익 등 자체수입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현역 군인 등이 내는 연금 기여금은 7365억원 수준에 불과한 데 전역 군인에게 줘야하는 퇴직급여는 3조8462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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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수급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0년 5만5418명이었던 연금수급자 수는 작년 말 9만9454명으로 늘었다. 올해 10만명 돌파가 확실하다. 계급정년 제도로 45~56세에 전역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이 26~40년간 퇴역연금을 받고, 유족연금으로 승계까지 되기 구조라 적자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군인연금은 제도 도입 초기 6·25, 월남전 등 전투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복무기간에 대해 기여금을 면제하는 등 기금을 쌓아 놓지 못한 것이 지금의 적자를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군인연금 적자는 1963년 연금수급자가 나오기 시작한 지 12년만인 1973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1994년부터 내년까지 30년간의 정부 재정투입액은 51조원에 이른다.

군인연금은 '중장기 기금운용 목표 및 기본방향'을 통해 "해외 선진사례를 참고한 투자다변화, 수익성이 낮은 보유 부동산의 매각 등을 통해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태로 여겨진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