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용 PC인 애플의 '맥 스튜디오'. 책상 위의 흰 박스처럼 생긴 기기가 컴퓨터 본체. 애플 제공
전문가용 PC인 애플의 '맥 스튜디오'. 책상 위의 흰 박스처럼 생긴 기기가 컴퓨터 본체. 애플 제공
애플이 자체 개발 반도체(애플실리콘)를 앞세운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은 8일(미국 현지시간) 진행된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초고성능 PC용 'M1울트라' 칩을 공개했다. 중저가형 스마트폰 '아이폰SE'와 태블릿 '아이패드 에어'에도 프리미엄 제품에 탑재된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넣었다. 업계에선 "애플의 혁신이 반도체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나온다. 신제품과 관련해선 예상보다 높게 책정된 아이폰SE 가격 등과 관련해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팀 쿡 "애플 반도체가 업계 흔든다"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프레젠테이션 초반부터 '애플실리콘'을 언급했다. 그는 애플실리콘에 대해 "오랜 세월 최첨단 성능과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애플의 제품은 물론 (정보기술 및 반도체) 업계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프리미엄 제품인 아이폰13에 탑재된 AP 'A15 바이오닉'이 아이폰SE에도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A15 바이오닉은 6코어 CPU(중앙처리장치), 4코어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아이폰 SE의 성능이 아이폰8보다 CPU 성능이 1.8배, GPU 성능은 2.2배 빠르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애플 관계자는 "첨단 카메라 기능을 작동하게 하고 사진 편집부터 게임, 증강현실(A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개선하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 신형 아이폰SE. 애플 제공
애플 신형 아이폰SE. 애플 제공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폰 SE는 가성비 높은 아이폰을 찾거나 아이폰을 처음 써보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날 보급형 태블릿인 '아이패드 에어' 신제품도 선보였다. 프리미엄 폰의 AP를 탑재한 아이폰SE와 유사하게 아이패드 에어는 노트북·PC용 자체 개발 칩 'M1'을 탑재했다. 지난해 4월 아이패드 최상위 라인업인 '아이패드 프로'에 M1을 집어넣은 데 이어 한 등급 아래인 아이패드 에어까지 프리미엄용 칩을 넣은 것이다.

'괴물칩' 자평...칩 2개 이어붙여 최고 성능 구현

애플은 이날 과학자, 디자이너, 음향엔지니어 등 전문가용 데스크톱 PC '맥 스튜디오'를 공개하며 '괴물칩', '게임체인저'라고 스스로 평가한 'M1 울트라' 칩을 함께 발표했다. 노트북·PC용 반도체인 M1 제품 중 최상위 라인업이었던 'M1 맥스' 칩 2개를 애플의 고유한 패키징 아키텍처인 '울트라퓨전' 방식으로 이어붙인 것이다. 팀 쿡 CEO는 "마더보드를 통해 연결하는 방식과 달리 애플 고유의 패키징 기법을 활용해 전력 효율을 높이고 성능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M1 울트라는 M1 맥스의 2배인 20코어 CPU, 64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 32코어 뉴럴엔진에 최대 128GB의 고대역폭 저지연성 통합 메모리를 갖췄다.
애플 M1 울트라 칩. M1 맥스 2개를 이어 붙인 부분을 컬러로 표시. 애플 제공
애플 M1 울트라 칩. M1 맥스 2개를 이어 붙인 부분을 컬러로 표시. 애플 제공
애플 관계자는 "2개의 칩이 하나의 칩으로 작동하고 소프트웨어도 M1 울트라를 하나의 칩으로 인식해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며 "M1 울트라는 애플실리콘(애플의 반도체 브랜드)의 또 다른 게임체인저로 PC 업계에 다시 한번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칩을 독자적으로 설계해오던 애플은 2020년 11월 M1을 공개했는데, 인텔·AMD 등 기존의 중앙처리장치(CPU) 기업들이 내놓던 제품보다 우수한 성능에 높은 전력 효율을 갖춰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아이폰SE에 A15 탑재했지만..."가격 비싸다" 의견도

애플의 새로운 반도체 칩에 대해 업계에선 "요즘 애플의 혁신은 애플실리콘에서 시작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용 AP 'A'시리즈와 PC용 M시리즈 개발 단계부터 'M1 울트라'처럼 2개의 칩을 이어붙여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패드 에어에 대해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가격을 전작과 같은 599달러로 유지했고 5G와 함께 고성능 M1칩이 탑재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애플 아이패드 에어. 애플 제공
애플 아이패드 에어. 애플 제공
1999달러(M1 프로칩 탑재 모델), 3999달러(M1 울트라 탑재 모델)로 가격이 나뉘는 맥 스튜디오는 강력한 스펙과 함께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애플은 M1맥스와 M1울트라의 뛰어난 성능과 높은 효율성을 바탕으로 책상에 부담없이 놓을 수 있는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이폰SE의 가격에 대해선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다수다. 시장에선 애플이 삼성전자와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각축을 벌이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이폰SE 가격을 300달러대로 책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이폰SE 가격은 429달러(최저)로 정해졌다. A15칩의 성능에 공감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변한 게 없다",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A15칩이 탑재된 것 만으로도 큰 변화가 생긴 것", "내구성과 배터리 성능이 개선됐다" 등의 반론도 나온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