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제약 업계의 일반적인 판매방식 탈피
오프라인 시장 포기하고 온라인에 집중
‘락토핏’, 단일 브랜드 매출 업계 1~2위권 도약
사진=종근당건강

사진=종근당건강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수 많은 제약사와 식품회사들이 새롭게 뛰어들어 ‘레드오션’으로 인식됐다. 신상품을 내놓아도 제품마다의 차이를 잘 모르니 ‘센트룸’(GSK컨슈머헬스케어)과 같은 스테디셀러의 영향력이 큰 구조였다.

1996년 설립된 종근당건강 역시 수 많은 건강기능식품 회사 중 하나였다. 비타민, 오메가3 등 여러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을 내놓았지만 제품의 차별 포인트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별볼일 없었던 회사인 종근당건강이 회사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대변신을 시도한 건 5년 전이다. 소비자 타깃에 맞춘 제품 기획, 개발, 마케팅을 처음으로 했고, 약국 중심이던 기존 유통망을 온라인으로 바꿨다.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기능식품 ‘락토핏’은 이런 전략으로 단일 브랜드 매출 기준으로 업계 1~2위권에 오르게 됐다. 2015년 63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973억원(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5년 만에 7.8배 불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배(26억원→677억원) ‘점프’했다.

상황 1 “경쟁사와 달라야 산다”
도전 1 연령별 제품으로 맞춤형 공급
종근당건강은 유행에 맞는 제품을 빠른 시간에 내놓는 업계의 일반적인 판매 전략을 탈피했다. 우선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심층 소비자 조사(5000여 명 대상)부터 했다.

“좋은 제품을 내놓으려면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회사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대규모 소비자 조사를 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여기서 찾은 해법은 두 가지였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군의 큰손은 ‘아이를 둔 엄마’(구매비중 67%)며, 이들이 원하는 건 기술력을 내세운 제품보다 ‘우리 아이, 우리 남편에게 꼭 맞는 제품’이라는 것이었다.

이 결과를 통해 락토핏을 유아 어린이 성인 등 3개 군으로 나눴다. 제품의 배합도 싹 바꿨다. 유아용에는 모유성분을 더 많이 넣고, 어린이용에는 뼈 성장 등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D 등을 추가했다. 이후 성인용을 여성, 남성, 노년으로 세분화한 연령별 타깃마케팅을 시행했다.

상황 2 소비자는 기술력 차이 잘 모른다
도전 2 “어려운 기술 설명에 집착하지 말자”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가장 큰 숙제는 유산균이 장까지 죽지 않고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쟁 업체들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여러 번 코팅했다”고 소비자를 설득시키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이런 코팅 기술의 차이를 잘 감지할 수 없다. 종근당건강 관계자는 “코팅을 더 많이 했다고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락토핏은 장까지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제품 기술력은 갖췄지만 ‘2중 코팅’과 같은 기술적 설명은 마케팅 과정에서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귀에 쏙 들어오는 로고송을 만들었다. “건강기능식품은 신뢰감을 줘야 한다”며 점잖은 광고를 만들던 과거와는 180도 다른 접근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한 번 들어도 열 번 들은 것 같은 중독성 있는 로고송 덕분에 락토핏의 인지도가 순식간에 올라갔다”며 “젊은 엄마들에게 오히려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레드오션에서 종근당건강이 차별화에 성공한 비결은


상황 3 비슷한 제품 많은 레드오션 시장
도전 3 “유통 채널을 완전히 바꿔라”
락토픽 이전 건강기능식품들은 약국과 방문 판매 등 오프라인이 주 판매 창구였다. 이런 접근법은 많은 영업사원 또는 판매사원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약국 등에선 기존 회사들이 공고히 쌓아 놓은 장벽 때문에 종근당건강이 파고들 틈도 보이지 않았다. 락토핏은 이 시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G마켓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 집중했다.

‘아이를 둔 엄마’들의 쇼핑무대가 온라인이란 걸 겨냥한 것이다. 온라인에서 잘 팔리자 홈쇼핑,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시장도 조금씩 열렸다.

영업사원이나 약국 등 유통망에 주는 돈이 줄어들자 가격 경쟁력도 생겼다. 락토핏은 경쟁 브랜드보다 20%가량 가격이 낮다.

이를 위해 생산 체계도 완전히 바꿨다. 대다수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은 위탁생산회사(CMO)에 생산을 맡기고 있으나 종근당건강은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락토핏 판매가 크게 늘어 2019년부터 콜마비앤에이치에 일부 생산을 맡기고 있지만, 연말께 충남 당진 신공장이 완공되면 다시 100% 자체 생산 체제로 바뀐다.

락토핏은 현재 ‘국민 유산균’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매출은 출시 첫 해인 2016년 180억원에서 지난해 2620억원으로 4년 만에 14.5배 증가했다. 1초에 한 통씩 팔린다는 뜻으로 ‘1초 유산균’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런 유명세는 후발 주자들과 차이를 더욱 벌릴 수 있는 마케팅 포인트가 되고 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제약 회사들은 그동안 틀에 박힌 제품 개발 공식을 따랐다. 오랜 연구를 통해 특정 제품을 만들고, 해당 기술력을 소비자에게 어필해 매출을 올리는 식이다.

종근당건강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입식 판매 방식은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소비자 맞춤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과감한 마케팅으로 소비자가 먼저 찾는 제품을 내놓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락토핏의 ‘성공 방정식’은 다른 제품에도 적용된다. 오메가3 제품인 ‘프로메가’가 대표적이다. 철저한 소비자 조사와 그에 따른 제품 개발, 마케팅 전략을 따르고 있다.

오메가3 제품만 수백 종류에 이르지만 매출 증가세는 가파르다. 2019년 27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지난해 890억원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올해 목표는 1500억원이다.

김우섭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마케팅은 언제나 소비자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일례로 미국의 신선식품 슈퍼마켓인 Stew Leonard’s는 소비자를 위한 두 가지 원칙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첫번째 원칙은 “고객은 항상 옳다!(Rule 1: The customer is always right!)”이다. 두번째 원칙이 재미있는데, “만약 고객이 틀렸다면, 첫번째 원칙을 다시 읽어라(Rule 2: If the customer is ever wrong, reread Rule 1!)이다. 결국 고객은 항상 옳으니,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겠다는 이 회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 역시 아마존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을 고객에 대한 집착(Customer obsession)이라고 표현했다. ‘집착’이라는 단어는 조금 지나칠 정도로 신경쓰고 매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 사이에서의 집착은 때론 무섭게 들리지만, 고객에 대한 집착이라면 모든 소비자들이 환영할 것이다.

그런데, 마케팅에서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의 개념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소비자’라는 하나의 단어 속에 “구매자, 지불자, 사용자, 정보탐색자 등” 다양한 의사결정 주체가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TV를 구매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어떤 집에서 TV를 구매하는 행위 자체는 전업주부인 엄마가 맡을 수 있다.

즉, 이 경우 ‘구매자(purchaser)’는 엄마이다. 만약 이 때 엄마가 아빠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구매 비용을 지불한다면, ‘지불자(payer)’는 아빠가 된다.

그리고 요즘 TV 구매에 어려운 기술 용어가 제법 등장하다보니 제품 정보를 찾는 일은 젊은 자녀들이 맡을 수 있다. 즉, ‘정보탐색자(information gatherer)’는 아들, 혹은 딸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구매한 TV를 모든 가족이 함께 이용한다. 즉, ‘사용자(user)’는 가족 구성원 모두이다. 이처럼 우리 제품의 구매자, 지불자, 정보탐색자, 사용자가 구체적으로 누구냐라는 질문부터가 마케팅의 주요 의사결정 문제가 된다.

종근당건강의 마케팅 역시 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그 중에서도 건강 식품의 가장 큰 구매자가 ‘아이를 둔 엄마’임을 파악한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즉, 건강 식품의 실제 사용자는 아이, 남편, 엄마 등으로 다양할 수 있지만, 실제 이 결정 과정에서의 구매자, 정보탐색자, 지불자는 대부분 ‘아이를 둔 엄마(67%)’임을 파악했다.

이를 위해 객관적인 소비자 조사를 미리 실시하였고, 제품 설명 과정에서 어려운 기술적 용어에 집착하지 않은 것 역시 모두 ‘소비자 관점’의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처럼 마케팅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소비자이다. “마케팅 = 소비자 관점”이라고 정의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마케터는 “언제나, 치열하게, 끊임없이, 짜증날 정도로”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소비자가 지닌 심리적편향 중에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는 것이 있다.

현재 상태와 새로운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때 사람들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가리킨다.

새로운 대안으로 전환하는데 드는 비용이 그렇게 해서 얻는 이익보다 많을 것 같다면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합리적 의사결정이다.

그런데 새로운 대안이 비용과 이익 측면에서 더 낫다는 점이 확실해도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편향’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갖게 됐다.

현상유지 편향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변화를 귀찮아하거나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기업들 또한 현상유지편향을 가지기 쉽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레드오션에서 많은 기업들도 귀찮음과 두려움을 꺼려 현상유지를 선택했다.

도전을 통해 승자가 될 기회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경쟁자들과 고만고만한 경쟁을 벌이는 편안함과 안전함을 취한 것이다.

하지만 종근당건강은 달랐다. 업계의 일반적인 판매 전략에서 탈피하고, 제약 회사들의 판에 박힌 제품 개발 공식을 거부했으며, 주입식 판매 방식이 아닌, 소비자 맞춤형으로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특히 심층 소비자 조사로 소비자 니즈 파악에 집중한 점이 돋보였다. 어려운 기술 설명은 하지 않고 로고송으로 인지도를 높인 전략은 소비자 친화적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오프라인 시장을 포기하고 온라인에 집중한 점도 탁월했다.

업계의 일반적인 판매 전략에서 벗어나야 했으므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고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종근당건강은 현상유지 편향이 주는 편안함과 안전함을 버리고 용기와 도전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현상유지 편향은 방심하는 사이 금방 자라나는 게 특징이다. 종근당건강이 현상유지 편향에 젖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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