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지 않고 삽니다」저자, 정희선
사진 출처 -  에어클로젯
사진 출처 - 에어클로젯
옷, 액세서리 등과 같은 패션 아이템, 커피, 술과 같은 기호 식품,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취향이 제각각이고 시장에는 고객의 취향만큼이나 다양한 수백 수천 가지의 상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은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로를 느낀다. 소비 수준이 높아지고 취향이 까다로워진 고객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기 위해서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고객들을 위해 개인의 취향을 파악해 제품을 추천해 주는 ‘큐레이션형’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것이 아닌 ‘전문가의 안목으로 골라주는 추천’이라는 서비스가 사업의 핵심가치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 구독 서비스들이다. 미국의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와 ‘스티치픽스(Stich Fix)’, 일본의 ‘에어클로젯(airCloset)’은 프로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의 취향과 체형에 맞는 옷을 골라서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의류 구독 서비스다.

구독 주기에 따라 고객의 집으로 옷이 배달되며 고객은 배달된 옷을 입은 후 세탁할 필요 없이 그대로 반납하면 된다. 받아본 옷이 마음에 안 들면 새로운 옷으로 교환을 요청할 수도 있다.

누가 주로 이런 서비스를 사용할까? 에어클로젯의 경우 옷을 어떻게 코디하면 좋을지 잘 모르는 직장 여성들, 쇼핑하러 갈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쁜 30~40대의 워킹맘이 주요 고객이다.

또한 최근 들어 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밀레니얼 세대도 중요한 타깃이다. 이들 중에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대량으로 생산되는 옷을 몇 번 입고 버리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필요할 때 빌려서 입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구독 서비스들의 가장 큰 특징은 애매모호할 수 있는 취향이라는 영역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데이터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치티픽스에는 데이터 전문가 120명이 근무하며 알고리즘 관련 최고 책임자는 한때 넷플릭스에서 추천 알고리즘을 담당했던 엔지니어다.

마음에 드는 옷이 도착하지 않으면 고객은 언제든 구독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제안하는 역량은 구독 비즈니스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부분이다.

큐레이션을 핵심가치로 내세우는 구독 서비스는 다양한 산업에서 등장하고 있다. 의류뿐만 아니라 넥타이나 벨트와 같은 남성 소품, 고가의 명품 가방과 시계, 커피와 전통주, 와인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많은 분야에서 고객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보내준다.

간단한 설문만으로 내 취향에 맞는 커피를 보내주는 서비스, 매달 엄선한 와인이나 전통주를 받아보는 서비스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쉽게 시작해볼 수 있는 매력적인 구독 서비스다.

이러한 큐레이션형 구독 서비스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추천 서비스’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5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