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장 겸 종합기술원장(사장·사진)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년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오자 직접 고객사들을 만나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로 한 것이다.

"고객사 반도체 수요 체크하겠다"… 미국으로 날아간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전날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길에 올랐다. 3박4일 일정의 이번 출장에서 김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주요 협력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ASML, 린데, 램 등 소재·장비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반도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내년 투자·생산계획 등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협력업체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매년 이맘때 여는 ‘고객사 감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것”이라며 “이들 협력업체는 삼성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과 거래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내년 시장 수요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구글, 애플 등 서버용 D램을 대량 구매하는 고객사들을 만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16일 출국 직전 기자와 만나 “반도체 부문 실적은 글로벌 수요와 공급에 따라 좌우된다”며 “이번 출장에서 내년 반도체 수요에 대한 고객사 얘기를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제기한 ‘반도체 경기 고점’ 주장에 대해 고객사들을 만나 직접 확인하겠다는 얘기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은 최근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경계령’을 내렸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반도체 호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사장은 이번 출장에서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삼성전자 미주총괄(DSA)과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도 들러 현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점검하고 향후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헌/좌동욱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