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美 금리인상, 다른 리스크와 맞물릴 경우 충격 배제 어려워"(종합)
"성장경로, 전망 벗어나진 않아…수출은 7월 전망보다 부진할 것"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크게 우려할 부분 아냐"
"현 금리상황, 경제회복 뒷받침 할 수 있는 완화적 수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1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이슈는 시장에 선반영 됐지만 중국의 경제 우려 가중 등 다른 리스크와 맞물릴 경우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현행 1.5%의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지난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금리를 인하한 뒤 3개월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금리결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경제가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의 금융경제 불안,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국내 가계부채 증가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의 성장 경로는 지난 7월 전망한 경로와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경제주체들의 심리 개선이 미흡하고 수출도 당초 전망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외 경제여건에 비춰 향후 성장 경로 불확실성은 증대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음주로 예정돼 있는 미국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미국 금리인상 이벤트 자체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지만 다른 리스크와 맞물려 영향이 나타날 경우, 충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미국 금리인상과 함께 중국의 금융·경제 악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원자재 수출국 위험 등의 리스크가 나타날 경우 신흥국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며 "리스크 발생 과정 별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국내 경제의 경우 신흥국과는 차별화 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외환보유액 규모가 크고 은행의 외환건전성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는 데 대해선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3개월간 10조원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감소했다"며 "포트폴리오상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유출 규모나 속도는 지난 2013년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당시보다 약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고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데 대해선 "중국 정부가 뉴노멀에 맞춰 구조조정을 강화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성장세도 유지하려 한다"며 "중국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라면 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내 기준금리 수준은 경기 회복을 충분히 뒷받침 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는 ▲장기 시장금리나 정책금리가 미국과 같거나 더 낮은 점 ▲모기지론 금리도 미국보다 낮은 점 ▲현 금리 수준 하에서 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 ▲시중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 수준이 꾸준히 상승해 9% 웃돌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한편 그는 내부적으로는 중소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계기업이 확대되면 한정된 자원이 비생산적, 비효율적인 부분에 집중돼 성장 잠재력 확충에 제약을 주고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가 지속되고 국가 간 경쟁 심화, 과잉 공급 등의 영향으로 일부 기업들의 부실 위험이 증대됐다"며 "채권, 금융기관 등 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