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세계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의 경기침체 심화로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10% 이상 급락했다.

특히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에 대해 미국 정부가 추가 금융 지원을 결정하면서 미국 뉴욕 증시 의 다우 지수가 7천선 밑으로 하락한 것이 유가 하락을 결정적으로 견인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주 종가보다 4.61달러(10.3%) 하락한 배럴당 40.15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의 이날 낙폭은 지난 1월7일 이후 근 두달만에 최대폭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4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4.09달러(8.8%) 하락한 배럴당 42.26 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유가는 AIG가 지난 4.4분기에 617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파산위기에 처한 이 그룹을 구하기 위해 추가로 3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경기 침체 심화에 대한 우려 속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9월 이후 미국 정부는 1천500억 달러를 이 회사에 투입해 회생을 추진했지만, 이 돈을 모두 소진하면서도 미국 기업 사상 최대 분기 손실을 발생시키자 4번째 구제 금융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뉴욕 증시는 장 시장 직후 급락하기 시작해 심리적 마지노선인 7천선이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

유럽 최대 규모 은행인 영국의 HSBC가 지난해 순익 급감을 공개하면서 자본조달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동시에 발표한 것도 유럽과 뉴욕 증시를 냉각시켰다.

에너지 세큐리티 애널리시스의 릭 멀러 국장은 "최근 주가와 에너지 시장간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형성돼 왔다"면서 "다우 지수는 유가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알려주는 방향타가 돼 왔다"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 경기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경기침체 심화 우려를 가중시켰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2월 제조업지수가 35.8로 전달의 35.6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50을 크게 밑돌고 있다고 발표했다.

제조업 지수는 작년 2월 이후 13개월째 계속 50을 밑돌고 있다.

MFC 글로벌의 칩 호지 전무는 "악성 경제 뉴스들이 감소하기 전까지는 석유 수요에 대한 어두운 전망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려주는 증표는 현 시점에서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5일 빈에서 열리는 OPEC(세계석유수출국기구) 회의에서 추가 감산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골람호세인 노자리 석유장관은 "추가 감산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해 OPEC내에 의견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다.

4월물 금은 이날 2.50 달러(0.3%) 내린 온스당 940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